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지난 16일 아침만 해도 작은 사고하나 터졌다고 생각했다. 진료 중에 잠깐 잠깐 인터넷을 보니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했으나 다행히 많이 구조된 듯싶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나니 보통 심각한 사고가 아니었다. 퇴근하면서 제대로 방송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참사였다.
첫째 딸내미가 고2인데, 남일 같지 않았다. 특히, 위험에 처한 순간에 부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들은 눈물짓게 하였다.

“아빠, 살려주세요.”
“말 못할까봐. 엄마 사랑해.”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안타까운 마음에 방송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밉다. 조금이라도 선장답게 선원답게 행동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막았을 것이다. 선원들이 자기 살길 찾는 동안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아이들과 승객들은 갇혀 있었던 것이다. 들어 보니 배가 기울고 침몰할 때는 갑판으로 나오는 것이 해양안전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한다. 그런데, 선실 안에만 있게 하였다. 더 안전하다고 계속 떠들면서……. 할 말이 없다. 속속 드러나는 선장의 행동이나 선원들의 모습은 정말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그뿐이랴. 세월호 회사인 청해진해운의 운영상태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 회사의 선박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수차례 났었다. 세월호는 우리나라 여객선 중 가장 큰 여객선 중 하나이다. 누가 이런 사고가 날거라고 상상하겠으며 누가 이렇게 관리될 거라고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진실은 처참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재난 대처능력이나 대응능력은 예전부터 사고 터질 때마다 문제제기가 되고 논란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듯이 아직도 여전히 예방능력이나 대응능력은 후진국 수준이다. 누구나가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을 계기로 모두 함께 고쳐가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9일째를 맞으면서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슬픔이, 우리의 분노가 심할 수밖에 없지만, 사회의 분위기가 너무 마녀사냥 하듯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누군가에게 모두 퍼부으려고 찾아다니는 형국이다. 걸리기만 해봐라! 하면서……. 그래 하나라도 걸리면 비난과 분노와 저주를 퍼붓는다. SNS상에 떠도는 유언비어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온갖 추악한 것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절제를 하고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방송이 한 술 더 한다. 확인되지 않은 검토되지 않은 기사들을 쏟아 붓고 저주하고 비판한다. 완전 상업성 방송이다.

“구할 수 있었는데 안 구한 거 아녀?”
“왜 이리 구조활동이 더딥니까? 구조활동 하는 것 맞습니까?”

적어도 이런 말은 안 나와야 된다. 이런 말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현장에서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구조원들, 잠수사들을 욕하는 것이 된다. 현장의 구조원들이야말로 묵묵히 자신의 생명을 걸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시계는 20-30㎝을 넘지 못하고, 조류는 세고, 온도는 10도 안팎인 상황이다.(물론, 지금은 나아져서 많은 활동이 가능하다.) 생존자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고 소리치면 안 된다. 생존자 구출이라는 성과가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건 인력으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진짜 고생하고 있는 분들도 생각해야 한다.

온 사회가 슬프다. 그러나 그것을 누군가에게 표적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제 9일이 넘어가고 있다. 슬픔과 분노를 승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방송은 맨 날 문제점과 비난만 일삼지 말고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과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분들을 소개하고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 잘 알듯이 모든 선원이 다 잘못은 아니었다. 끝까지 구조활동을 했던 선원도 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을 기억하고 새기고 알려야 한다. 사고에 대해 예방하고 잘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고가 안 생길 수는 없다. 그러기에 큰 사고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럴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