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는 쇠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다른 문명권과 다르지 않다. 인류 문명 초기부터 소는 실제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가장 중요한 동물 중 하나였다. 고대 이집트의 아피스나 수메르의 엔릴같은 황소 신들은 강력한 힘으로 적들을 물리치고 지상에 풍요를 가져다주는 최고 권좌의 신들이었다. 제우스도 황소의 모습으로 변하여 여신들을 유혹하곤 했다. 또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 때 신도들이 밤새 춤을 추다 종교의례가 절정에 이르면 살아있는 소에 달려들어 소를 죽이고 날고기를 먹었다. 이는 소에 깃든 신성한 힘을 인간이 나누어 갖는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소를 너무 신성시하다 보니 아예 인간이 먹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기원전 16세기 경 천둥과 폭풍의 황소 신 인드라를 숭배하는 유목민족 아리아인이 인도를 정복했다. 이때에도 쇠고기 섭취는 금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배 계급인 브라만은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주민들에게 쇠고기를 나누어줌으로써 충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인구가 급증하여 인구밀도가 높아지자 살림은 헐벗고 목초지도 귀해져서 농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꼭 필요한 소를 키우는 일이 갈수록 힘들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브라만 계급이 소를 도축하여 먹는 것에 대해 민중계급이 저항하기 시작했고,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가 전파되었고 하층민들은 이를 빌미로 소의 도축을 막아내게 되었다. 이후 힌두교가 다시 교세를 확보하여 인도의 주도적인 종교로 복귀했지만, 이때 힌두교는 경쟁 상대였던 불교의 주장을 많이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신성한 암소를 죽이는 행위는 사형에 처해지는 중죄가 되었다. 실수로 죽인 경우에도 피할 수 없어서 자신이 죽인 소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한달 동안 외양간에 갇혀서 매일 암소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발굽에서 일어나는 먼지를 삼켜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