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의 여신인 쿠라《Cura》가 조용히 흐르는 시냇 물가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앉아 자신의 손으로 진흙을 모아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형상은 흙 그대로일 뿐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물론 숨도 쉬지 않았다.

쿠라가 형상이 숨을 쉬며 스스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주피터가 다가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쿠라가 그 형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간청하자, 주피터는 청을 들어 그 형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했다. 그 형상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든 것이 자신이니 자기의 것이라고 우겼고, 쿠라도 자기의 손으로 공들여 만든 형상이라며 항의했고 두 신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다툼을 옆에서 보고 있던 땅의 여신 텔루스《Tellus》가 달려와 내 품속에서 태어났으니 자네들의 것이 아니라 내 것 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파전이 벌어져 서로 소유를 주장하다 주피터는 시간의 신이며 판정관인 사투르누스에게 판결을 부탁했다.

이에 사투르누스가 판결하여 말하기를 「모두 공평하게 제 몫을 찾도록 해주겠소, 주피터 당신은 그가 죽으면 그의 영혼을 가져가면 될 것이고, 텔루스 당신은 그가 죽으면 그의 시체를 다시 찾아 가져가면 당신의 몫을 다가지는 것이 될 것이요, 그러나 그의 어미인 쿠라는 그의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를 맡아 돌볼 것이나, 그 놈이 무덤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매일매일 당신처럼 늘 근심걱정 속에서 지내야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운명의 법정 싸움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끝이났다.

흙으로 만들어진 이 형상물은 이로부터 인간《Homo》으로 불리게 됐다.

그 이후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살아생전에는 근심걱정 속에 살아야 하며, 죽어서는 다시 대지의 흙으로 되돌아 가야하고,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영혼으로 남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