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제각각,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즉흥적으로 그날그날을 살아가니- 순간의 기쁨을 중요시하는 삶의 태도이나, 반대로 앞날을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세상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지나간 일들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이며, 다가올 일들은 예측을 한다해도 불확실하기 짝이 없다. 내손안에 확실하게 들어있는 것은 오직 오늘의 이 현실이니- 이 순간을 즐거운 하루가 되도록 흥겹게 보내는 것이 가장 실속있는 삶의 길이라 하겠으나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많다.

지나간 일들을 반성하기도 하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하여 차근차근 생각해가면서 계획성 있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복잡하고 치열한 현대사회에서의 삶이란 두뇌싸움의 연속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니 머리 싸움에서는 더 멀리 더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결국 승리자가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특히 예술인에게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버릇처럼 굳어진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갑작스런 위기가 닥쳤을 때 순간을 모면하는데에만 급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시적이며 몽환적인 화풍으로 유명한 화가 앙리 루소(1844-1910)의 원래직업은 세관원이었다. 그는 이십대 후반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려 22년간을 계속했다. 그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꿈꾸던 화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은 직장을 퇴직한 오십대 중반이었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1848-1903)은 증권거래소 직원이였으며 생활은 넉넉했다. 그는 젊은 날에 화가들의 그림을 수집하는 취미와 함께 퇴근 후에는 화실에 나가 취미로 그림을 공부했다. 사십대 중반 증권거래소가 파산하자 평소 기대해 왔던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비록 앞날을 예측하고 붓을 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원하고 좋아했던 일에 투자했던 것이 미래를 위한 확실한 준비가 된 것이다.

두 거장의 공통점은 인생 2막을 위한 준비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인상파 화가이면서 발레리나를 주로 그린 에드가 드가(1834-1917)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틈틈이 조각을 다루었던 경험을 밑바탕으로 예술가로서의 인생 2막을 살며 세계 조각사에도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그 결과 평범한 직장인에서 세계적인 화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꿈을 쫓으니 돈과 명성이 뒤따르고 미래가 해결이 되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든 선택의 기회는 있다. 현재의 안정된 상황에 머물지,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지, 새로운 일에 도전할지, 그건 각자의 몫이다”라고 <제 2의 인생을 위한 선택>의 저자 오카자키 타로는 말했다. 한계수명 백세의 시대다.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으니- 생계 때문에 선택한 직업과 직장생활에 가슴 한쪽이 늘 허전하다면 지금 당장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가슴 뛰게 좋아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서 자신만의 인생 지도를 만들어 보자. 그러면 그에 따른 준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인생 2막을 위한 단 하나의 필요조건은 인생 2막을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조언하고 있다.

루소와 고갱, 그리고 드가와 같이 꾸준한 준비와 도전이 있었기에 그들의 화려한 인생 2막도 열릴 수 있었으며, 우리 예술가 모두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