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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사회의 첨병, 참된 언론을 지켜야 한다

익산시민 유 성 무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으로 열연한 영화 <태양의 눈물>은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악(惡)의 승리에 필요한 유일한 것은 선(善)한 자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은 18세기 영국 보수주의 정치관을 정립했다는 아일랜드 출신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했다고 한다. 버크의 정치관은 논외로 하고, 그가 남긴 말을 ‘언론의 역할’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언론은 개인이 말이나 글로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글을 뜻한다. 또한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말한다. 언론의 자유는 양심과 종교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구성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정상적인 사회에서 헌법상 권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정신의 테두리 안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 이래 줄곧 ‘민족정신을 계승하고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구현을 통해서 국민 개개인이 균등한 기회 속에서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세계적 공헌에 기여하는 통일주권국가 실현’이란 정신을 견지하고 있다. 헌법정신은 ‘정의로운 민주주의 구현’으로 압축된다.

그렇다면 헌법가치 수호의 첨병인 언론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언론은 외부와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정의로운 민주주의 구현’을 위하여 사실 또는 최소한 사실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불편부당하게 보도해야 한다. 이것이 직필(直筆)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사회가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도록 비평을 함으로써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정론(正論)이다. 정론은 언론의 정체성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다만 주장에 삿됨이 없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직필정론을 통해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사회적 관심과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악이 승리하는 조건인 선한 자들의 침묵은 ‘악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사실에 대한 무지 또는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악은 ‘불의와 반민주주의를 획책하는 세력’이다. 악은 독자적으로 지속적인 힘을 가질 수 없다. 선한 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비판을 통한 저항능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즉 선한 자들의 눈과 귀,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을 침묵하게 하거나 동조시킴으로써 악이 힘을 얻는다.

절대악(絶對惡)의 공포 속에서도 직필정론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은 선한 자들의 각성을 촉발시켰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에 밀리던 영국은 직필정론으로 국가적 각성을 촉구한 데일리 메일(Daily Mail)지를 탄압하면서 전황을 왜곡하던 내각을 몰아낸 후 승리의 분기점을 맞았다. 1950년대 초반 미국을 반공(反共) 신드롬으로 내몰았던 매카시즘도 CBS의 전설적인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머로의 저항을 시작으로 무너졌다. 정의로운 언론이 사회를 바꾼 사례는 수도 없다.

‘악에 대한 대중의 공포’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에 대한 무지 또는 무관심’이 조직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실에 대한 무지는 언론과 악이 결탁해서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할 때 만들어진다. 굳이 삼인성호(三人成虎)나 증삼살인(曾參殺人)과 같은 고사를 언급할 것도 없이, 사람은 반복되는 거짓 정보 앞에서 너무도 무기력한 속성을 보인다. 더구나 지속적인 은폐와 왜곡을 통해 프레임이라고도 불리는 가치판단기준을 교묘하게 조작하면, 사람은 악에 대한 저항능력을 상실하고 현실에 무관심해진다.

흔히 언론을 ‘사회의 목탁’이라고 한다. 언론의 사명이 사악함을 고발해서 정의를 촉구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필정론을 저버리고 곡필사론(曲筆邪論)을 일삼는 언론은 가장 위험한 반민주 세력이다. 극소수인 악의 세력에 빌붙어 선한 자들의 눈과 귀가 돼야 하는 본령을 저버린 언론은 헌법의 이름으로 반드시 응징해야할 악의 주구(走狗)일 뿐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더구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의를 갈구하는 선한 자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참된 언론의 목소리가 절실한 때다. 그렇기 위해서 먼저 참된 언론이 꿋꿋하게 바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성원해주는 민주시민의 행동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직필정론으로 선한 자들의 행동을 촉발하는 것이 참된 언론의 사명이라면, 참된 언론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의가 흐르는 민주사회 구현의 시발점이다. 정의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참된 언론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