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장

국제NGO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김영주

밤늦도록 잠이 오지 않아 리모컨으로 방송 채널을 상하로 누른다. 종편 몇 군데에서 미스터 트롯이 재방송 되고 있다. 미스터트롯이 굉장히 시청률이 높은가 보다. 한군데에서도 아니고 몇 군데에서 계속 재방송을 하는 것을 보면 그 어떤 매력이 있는가 보다. 미스터트롯은 TV조선에서 2020.01.02.~2 020.03.12. 11부작으로 진행된 것으로 ‘날로 뜨거워지는 대한민국 트롯 열풍에 화력을 더하고 제2의 트롯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트롯 스타를 탄생시킬 신개념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필자도 트롯을 좋아한다. 고질적인 음치라 트롯노래가 조금이나마 부르기가 쉽기 때문이다. 트롯스타들의 노래를 듣다보니 필자 스스로 매료되어 혹은 애절하기도 하고 혹은 통쾌하기도 하고 속된 말로 사람의 마음을 들어다 놨다하여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끝날 때까지 채널고정이었다. 이래서 미스터트롯이 시청률이 높은가 보다고 생각하였다.

노래는 입을 통해 전달된다. 미스터트롯처럼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트롯노래들은 이 사회에 기쁨과 희망을 주는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되고 고통 받는 이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입은 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신체의 머리와 몸통 중 머리 부분에 위치한 신체의 한 부분으로 음식물을 맛보는 것과 말하는 것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입은 가장 소중한 것으로 관리를 잘 해야 내 몸이 건강해진다. 미스터트롯처럼 말하는 입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대중들에게 불안을 주는 입들도 있다.

과거에는 입을 나팔에 비유되기도 했다. 나팔을 잘 불면 여러 사람에게 마음을 편하게 하고 도움을 주지만 나팔을 잘 불지 못하면 대중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원망을 주게 된다. 그래서 구시화복지문(口是禍福之門)이라 했다. 잘못 쓰면 입이 화를 불러오는 문이지마는 잘 쓰면 복을 불러오는 문에 된다는 말이다. 이는 말 한 마디에 죄와 복이 왕래함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을 만들 때 손도 둘을 만들고, 귀도 둘을 만들고, 눈도 둘을 만들었으나 유독 입을 하나만 만든 것은 말을 조심히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 몸 가운데 혀가 부드러운 것은 말을 부드럽게 하라는 뜻이요, 혀를 깊숙이 넣어두고 이로 울타리를 삼은 것은 말을 더욱 조심히 하라는 뜻이요, 입술로 한 번 더 덮어 놓은 것은 말을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숙종 때 문신인 허목은 <기언(記言)>에서 ‘경계하라! 많은 말을 하지 말고, 많은 일을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害)가 많아진다.’고 했다. 또 ‘속이 빈 사람일수록, 인격이 여물지 못한 사람일수록 말이 많고 남발한다. 지혜가 적을수록, 수양이 얕을수록 말이 많고 큰 목소리를 낸다. 어리석고 소견이 단천(短淺)일수록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지 못한다. 이는 습관이며, 중독이다.’라고 지적했다.

흔히 우리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말에 무게가 없고 신뢰가 없다는 사실을 금방 느낀다. 말에 무게가 없으면 내용을 말해도 소모품처럼 사라져버린다. 시끄럽기만 할 뿐 감동도 감응도 없다. 사유가 깊고 인격이 여문 사람은 말을 많이 하거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 말하기 전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깊어지면 저절로 말수가 줄어든다. 때문에 말에 무게가 있고, 위엄과 진실이 엿보인다. 설득이나 위로도 큰 목소리로 하는 게 아니다. 침묵을 배경으로 두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내면 말실수가 잦고 설화(舌禍)에 시달린다. 특히 술을 마실 때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은 더욱 그렇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 여물 사이가 없고, 사유 또한 깊어질 수 없다. 소리가 크고 말을 남발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이다. 이들은 물이 얕으면 소리가 크고, 생각이 짧으면 말이 많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른다. 역으로 표현하면 물이 깊으면 소리가 없다. 생각이 깊으면 말수가 적어진다.

성현들도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모두 경계했다. 부처는 “눈, 귀, 코, 입을 단정히 하고, 몸과 마음을 항상 바르게 지키라(端耳目鼻口 身意常守正).”고 했다. 불교의 십악 중 입으로 짓는 죄인 구업(口業)의 죄는 엄중하다. 내가 한 말로 상대가 기분이 나빠서 나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내가 입으로 지은 업의 대가다. 내가 한 말로 상대가 구원이나 어려움을 극복해 복을 받는다면 그것도 구업이다. 모든 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기독교의 <구약> 잠언 10장 19절에도 ‘말이 많으면 죄도 많다.’고 기록하고 있다. 원불교에서도 교도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계문 30개 중에 7개다 입에 대한 것들이다.

우리가 말을 함부로 하는 원인은 교양이 없어서이다. 또한 화가 났을 때나 성질은 급하고 일은 뜻대로 안 될 때이다. 그리고 허물없는 사이에도 말을 함부로 하게 된다.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습관이 나빠져 상대편의 감정을 상하게 하며, 대중들에게 천시를 받게 된다. 그리고 불화와 투쟁의 원인이 되어 혼란한 사회가 된다. 요즘 정치권과 언론들을 보면 그렇다. 별개 아닌 것을 가지고 자신들의 권력쟁취와 유지에 무지막지한 상식적이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므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지 않는가. 함부로 하는 말은 자녀교육에도 좋지가 않다.

말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물이 깊으면 소리가 없다. 생각이 깊으면 말수가 적다. 내가 뱉은 말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파문을 겪어본 사람은 그 의미를 잘 안다. 좋은 말은 자신의 인격에 품위를 만든다. 또한 상생의 인연이 되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평화롭고 명랑한 사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