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성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그동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태를 일삼았던 정치권과 언론은 변한 게 없다. 나라에 커다란 위기가 겹쳐서 오고 있는데도 국가안보와 민생은 이들의 관심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저 당리당략과 기득권이란 줄 위에 모여앉아 시끄럽게 소리치는 까마귀 떼와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2월의 신천지와 8월의 광화문 보수 집회는 우리 방역망을 붕괴시킬 뻔 했다. 다행히 국민과 정부 방역당국이 힘을 모아 필사적으로 막아내 위기를 넘겼다. 그 결과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경제 성적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방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졌다. 기업도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받아 향후 경제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를 축으로 하는 플랫폼 경제가 기존 경제체제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코로나19가 크게 앞당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일자리의 개념을 재정의 하면서 경제적·사회적으로 기회와 함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 또한 향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난제다.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해상 사살로 인한 남북 긴장 고조와 함께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도 복잡하다. 미-중 패권경쟁이 무역 전쟁을 넘어,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다. 군사 동맹국 미국과 최대 교역국 중국 사이에 끼어 진영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 현실이 답답한 상태다. 일본은 스가의 총리 취임 이후에도 미국을 등에 업고 군비 확장과 평화헌법 개정을 고수하는 망동을 계속하면서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우리 입장에서는 주변 바다가 방사능에 불가역적으로 오염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금년 여름에 세계를 강타한 기상이변에서 볼 수 있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매일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환경오염물질들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 대재앙을 막기 위한 글로벌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우리나라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처럼 그 어느 나라보다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난제들을 안고 풀어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안 모두를 당장 풀어가야만 하는데, 우리 자체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단 하나도 없다. 온 국민과 동포가 손잡고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비상시국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국가적 위기를 앞장 서 헤쳐 나가야 할 정치권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지난 1년 반 동안 제대로 된 개혁을 통한 위기극복능력을 키우지 않았다. 허구한 날 당쟁만 일삼으면서, 검찰과 정치권의 갈등, 선출직 공직자의 성 추문 및 재산문제 등으로 국가역량을 허비했다. 사사건건 명확한 대책도 없이 발목을 잡는 보수 야당에 대해서는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국민들로부터 무려 180석에 이르는 압도적 국회 의석을 받고도 무기력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이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이렇게 하라고 지난 4월 국민들이 여당에게 표를 몰아준 게 아니다. 한국 언론 중 상당수는 정확한 정보와 일관성 있는 관점 제시를 통해 국가사회의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오보와 자의적 해석, 편파적 편집으로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려 유튜브보다도 못한 미디어로 전락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고,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대중보다는 밥을 주는 자본과 기득권에게 충성한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언론들의 보도기사들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거짓말도 사실이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견고한 수구 카르텔이 일사불란 하게 지속적으로 말맞추기를 하면, 그래서 대중의 판단이 흐려지면 거짓이 곧 현실이 된다는 점에서 삿된 언론의 폐해는 무섭기 짝이 없다. 이제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나라가 나라의 명운이 달린 중차대한 비상시국에 처해 있는가? 아니면 조국이나 추미애 사건처럼 시시껄렁한 일을 두고 정치력을 소모하고, 협치 운운하며 야당이나 검찰, 재벌, 언론, 수구 기득권의 눈치나 보면서 개혁을 미뤄도 될 상황인가? 지금을 국가적 비상시국이라고 인식한다면, 절대로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 야당과의 합리적 협상에서 성과가 없다면, 다수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사실을 왜곡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악질 언론에 대하여는, 강력한 법적 대응과 함께 지원을 끊어버림으로써 그들이 마시는 물의 근원이 국민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이나 수구 기득권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다.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해 위임받은 국가권력의 정당한 행사에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다가올 미증유의 변화에서 우리나라가 살아갈 수 있다. 비상시국에는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 때를 놓치는 거야말로 악이다. 정부와 여당은 권력을 쥐어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과감하게 결단하고 비상하게 행동하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