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유명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은 헤밍웨이가 지은 것이 아닙니다. 17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성직자였던 존 던(John Donne)의 기도문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는 인류애를 중시한 박애주의자로 현대 영국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기도 합니다.

존 던이 살았던 당시 런던에서는 마을에서 사람이 죽으면 교회당의 종을 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면 귀족들은 하인을 시켜 누가 죽었는지 알아오도록 시켰습니다. 심부름 보낸 하인이 돌아와서 누가 죽었는지 알려주면 그 이름을 들어보고 장례에 참석할지 안 할지를 판단했던 것이지요. 17세기 영국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존 던의 마을에서도 한 사람이 전염병으로 죽을 때마다 종소리가 울렸고 그때마다 존 던은 “오늘도 누군가가 죽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신마저도 전염병에 걸려 병석에 눕게 되었고 그 때 이 기도문을 쓰게 되었다고 알려집니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 사람을 보내지 말라. /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라는 말은 우리에게 분명한 두 가지 뜻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당신도 죽음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경고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 어떤 죽음도 남의 일로 치부하지 말라는 간절한 메시지입니다.

종소리가 울리면 남을 시켜서 대충 알아보지 말고 자신의 네 발로 뛰어나가 공동체의 손실에 대한 애도를 표하라는 뜻이지요. 우리 모든 인간의 삶은 하나로 연결되어 묶여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개인은 섬처럼 떨어져 독립된 채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관계가 인간 존재의 본질이며 부분의 손실은 곧 전체의 손실임을 알리는 신호임을 깨닫자는 말입니다. 타자의 아픔이나 죽음을 내 존재와 분리시키지 않는 것, 이것이 관계적 자아가 하는 일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헤밍웨이가 존 던의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작가는 이 소설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그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식인 조던은 자기 나라와는 멀리 떨어진 곳의 싸움에 스스로 지원하여 싸우면서 목숨을 버립니다. 조던 자신에게도 회의가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이냐, 신념이냐를 놓고 갈등도 겪습니다. 그는 신념과 죽음 쪽을 선택합니다. 왜일까요? 남의 나라 전쟁과 타인의 죽음도 궁극적으로는 자기 삶의 일부임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포기 풀잎의 죽음이 풀잎만의 죽음만이 아닌 것을 압니다. 그 죽음은 우리 자신의 죽음을 예기해 줍니다. 오늘날 코로나19나 생태계 문제에 대한 반성도 이런 깨달음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전 세계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배운 몇 가지 교훈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로 우리가 지금까지 누린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셋째로 함께하는 모임의 소중함입니다. 넷째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이며 죽음이 영원히 3인칭일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환경파괴는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이라는 사실입니다. 여섯째는 마스크를 쓰면서 지난날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소란스러웠는지를 알고 침묵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므로 종소리가 어디서, 누구에게서 나오는 소리냐고 묻지 말아야 합니다. 그 종소리는 나를 위한 것입니다. 그것을 알리는 종소리를 시끄럽다고, 짜증난다고 타박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종소리를 내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 소리는 아무리 작아도 울림은 크다고 믿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 대양의 한 부분이다. /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 유럽은 그만큼 작아진다. / 모래벌이 씻겨나가도 마찬가지다./ 그대와 그대 친구들의 땅이 쓸려 내려가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 사람을 보내지 말라. /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