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제 아들의 별명은 ‘치킨보이’입니다. 어릴 적부터 대학 졸업반인 지금까지도 유난히 닭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아들에게 “치킨 먹을래?”라고 하는 말은 곧 위로이자 힘을 주는 특효약이자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치킨 값을 줄여보겠다고 생닭을 사다가 직접 튀겨주는 일이 많았고 아들은  가성비를 따져가며 수많은 종류의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 종류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네가 선택한 치킨은 머냐? 아들의 대답이 뜻밖입니다. 브랜드나 맛, 가성비가 아니라 이제는 가축복지의 기준으로 치킨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소비자가 가축복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가축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한 고기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숨 쉴 틈조차 없는 비윤리적 밀집 공간에서 사육된 가축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가축을 섭취한 소비자들도 당연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 지역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주)이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생산시스템을 양계농장에 적용하여 닭고기 생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닭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안정된 수면 시간을 보장하고,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며, 쾌적한 환경 등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그동안 소비시장이 가격 대비 성능인 가성비로 인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제품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했지만,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행위인 미닝아웃(meaning out)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미나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을 나오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신조어입니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착한 소비, 가치 소비’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가난한 형제에게 치킨을 대접하고 선의를 베푼 자영업자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착한 점주를 돈으로 혼쭐내야한다며 ‘돈쭐’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가운데 본인의 가치관을 소비와 인증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입니다. 미닝아웃의 실례입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미닝아웃'을 대체하는 쉬운 우리말로 '소신 소비'를 선정했습니다.

코로나19의 경기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지만 바람직한 소비행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소비자는 소비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신념과 목소리를 드러내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소비를 하는 것뿐입니다. 미닝아웃은 소비자 진화의 결정적 증거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닝아웃이 소비 트렌드가 된 것은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소비에 나서면서입니다. 이들 세대는 환경, 윤리, 젠더, 사회적 책임 등의 이슈를 과거 세대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 드러내며, 신념과 태도에 대해 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적이며, 자신의 즐거움이자 일상적 행복에 주목하는 세대로만 그들을 봤다면 큰 오산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일본제품과 일본여행 불매운동에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들의 불매는 결코 일시적인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지극히 이성적인 논리적 대응이기에 오래갈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확산 된데다, 자신의 신념에 비춰볼 때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슈를 무역보복으로 연결시킨 일본 정부의 행동은 부당하고, 이에 대해 정당한 저항으로 불매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익산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21년 시민자긍심을 회복하고 시민행복지수를 높이는 시민체감형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명품 주거공간과 힐링 수변도시, 청년정책과 돌봄 정책을 통해 ‘살 맛 나는 익산, 다이로움 익산’을 이루어 낼 것이라는 시정계획을 들었습니다. 시민체감형 7대 역점시책도 좋은 계획들입니다만 막연한 장밋빛 환상이나 금전적 보조, 더 나은 비교수치의 제시로는 밀레니얼 세대를 감동시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익산에서 살아가는 의미 있는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를 발굴해내서 전해야 합니다. 조금 불편하고 힘이 들더라도 익산에 와 보고 싶고 한번 살고 싶은 가치가 보이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익산이 미닝아웃, 소신소비의 대명사가 되기를 기대하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