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풍성하고 충만한 계절이면서 허무와 고독의 계절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우리 인생에 주어지는 시련과 역경, 환희와 기쁨조차도 넘고 마른 나뭇가지 위의 까마귀를 통해 가을의 의미를 찾는 시가 있습니다. 김현승이 노래한 『가을의 기도』입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문학예술」(1956.11)

시인의 말처럼 낙엽이 지는 가을은 우리들에게 외로운 계절입니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에 항시 누군가와 관계를 갖고 싶어 하며, 동시에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 두 단어가 있습니다.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입니다. 둘은 비슷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홀로 있는 느낌을 갖는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성향과 결과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외로움이란 울적한 마음이고 소외된 마음입니다. 그런 까닭에 외로움이란 고통스러운 마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반면에 고독이란 신앙적인 단어로 홀로 창조주 앞에 서는 것이고, 홀로 그분의 말씀과 자연 앞에 겸손하게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은 ‘창조적인 외로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이나 인생에 있어 고독의 훈련은 영성 훈련에서 아주 중요한 훈련이기도 합니다. 고독의 훈련은 홀로 있음의 훈련입니다. 이러한 내면의 영성훈련을 통해 우리는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피하지 말고 외로워하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외로움이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외로움의 문제를 통해 고독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독의 집은 지혜의 집입니다. 평화와 평강의 집입니다. 묵상의 집이기도 합니다. 창조주의 임재를 경험하는 집이기에 고독은 창조적인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고독은 신비로운 영감의 원천입니다. 고독 속에 침묵이 있고 고독 속에서 창조주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고독은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창조적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수도사나 예술가나 작가들은 고독의 시간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자주 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한적한 곳으로 나아가셨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스스로 고독을 찾아 나선 것이지요. 그 이유는 바로 창조주 하나님과의 ‘독대(獨對)’를 위해서였습니다. ‘상처입은 치유자’로 유명한 헨리 나우엔은 『영적 발돋움』이라는 책에서 “고귀한 삶을 살려면 먼저 외로움의 광야로 들어가서 조용하고 끈기 있는 노력을 통해 그 광야를 고독의 동산으로 바꾸는 용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외로움의 시간을 창조주와의 독대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거친 광야가 아름다운 정원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외로움은 ‘창조적 홀로 있음’ 즉 ‘황홀한 외로움’ 곧 ‘고독’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계절입니다. 부디 외로움을 고독으로 변형시키는 건강한 지혜와 영성훈련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