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왕은 적자가 요절했다. 이에 먼저 서장자인 맹을 태자로 세웠으나 다시 왕자 조를 좋아하게 되면서 마침내 왕자 맹의 사부인 하문자를 죽였다. 당시 왕자 조의 사부 빈맹이 교외에 나갔다가 수탉이 제 꼬리를 쪼는 것을 보았다. 이에 그 연고를 시종에게 묻자 시종이 대답했다.

“이는 꼬리가 너무 아름다워 제사의 희생으로 쓰일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빈맹이 급히 돌아가 주경왕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저는 우연히 수탉이 제 꼬리를 쪼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이르기를 「이는 제사의 희생으로 쓰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희생으로 쓰이게 되면 그 어떤 짐승이든 확실히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니 사람에게 희생이 되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이는 희생이 되면 장차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희생이 되고자 하는 경우는 무슨 해가 있겠습니까? 이는 그 자신이 희생이 되어 장차 현귀해지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짐승이 제 꼬리를 쪼는 것이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혐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닭은 같지 않습니다. 희생은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것인데도 사람이 스스로 희생이 되고자 하는 것은 사실 바로 이를 통해 사람을 다스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주경왕이 곧바로 대답치 못하고, 공 땅으로 사냥을 나가면서 공경들 모두 함께 가도록 했다. 주경왕은 기회를 보아 태자의 폐립을 반대하는 선목공을 죽일 생각이었으나 목적을 이루기 전에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