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은 진실이며,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고 하는 그것은 착각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지식과 사실·사건들에는 감춰진 진실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와 같은 진실과 착각들은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예술과 문화로 발전하기도 한다. 좋기도 나쁘기도 하며, 단순하기도 복잡하기도 한 수많은 착각들! 가정과 사회, 개인과 단체, 취미와 오락, 음식, 관습 등은 물론이요, 정치 경제 예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 곳곳에 잠복해 있는 다양한 착각의 유형들…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이 착각인지 조차도 모르고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1980년말 최초의 컬러TV 방송을 시작한다. 1970년대, 10여년동안 흑백TV에 익숙해질 무렵에 컬러방송은 색채에 대한 일대 혁명이였으니­ 천연색의 자연 풍경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곳곳의 풍습과 생활상, 특히 각국의 수많은 미인의 모습을 안방에 앉아 볼 수 있었다. 예쁜 탤런트와 영화배우의 얼굴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각종 광고의 한편에서는 미인의 표준 모습으로 우리 기억에 깊이 새겨졌다. 서구적인 몸매, 커다란 눈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면서 여성들은 다이어트와 성형에 집착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시대의 미인은 비 현실적인 마네킹의 모습으로 닮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시대의 미인은 고작 우리시대만의 미인일 뿐 시대와 가치기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으니­ 조선시대의 미인은 쌍꺼풀 없이 가는 눈, 입이 작고 둥근 턱선에 피부와 이는 희고,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검고, 볼과 입술은 붉었다. 중세 서양의 미인도 마찬가지여서 비만에 가까운 풍만한 체형의 여성을 최고의 미인으로 여겼다. 항상 미의 기준은 시대와 장소, 유행에 따라 제 각각이였다. 오래전에 아름답다고 여기던 기준이 오늘에 이르러서는 사뭇 다르다. 착각인 것이다. 영원한 절대미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착각에 따라 계속 변할 수 밖에 없다.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 밖으로 출근하여 일하는 여자, 통상적 남녀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남자가 살림하고 아이를 기르는 이야기는 자주 등장한다. 오랫동안의 성별 분업이 통째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돌보고 기르는 일은 오랫동안 여성만의 일이였다. 모성은 본능이며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하고 아이를 통하여 여자는 엄마로 성장한다는 모성신화가 굳건했던 탓이다. 우리사회는 상황과 필요에 따라 여성에게 모성이라는 요구와 기대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이제 모성은 사람을 돌보고 양육하는 것 등이 꼭 여성에게만 주어진 일은 아니다. 남성 역시 여성과 다를 바 없이 아이를 기르고 돌봐야 할 책임이 있다. 모성은 여성의 본능이라는 착각을 버릴 때인 것이다.

“여기가 원조! 이곳이 최초! 3대째 내려오는 진짜 원조”등 맛집 거리에서 이와 같은 원조 논쟁은 다반사다. 하지만 진정 오리지널을 찾기는 쉽지 않으며, 모든 것에 원조가 있을 것이라 믿는 우리의 착각이 만들어낸 허상인 것이다.

우리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인류가 문명을 세운 그 날부터 시작되었을 것 같은 고귀한 전통이 사실은 어느 역사가의 착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만이 유일한 독창성을 지녔다고 뽐내는 예술품이 그 시대에 어디서나 볼 수 있던 밥그릇과 같은 것이니 착각이 아니겠는가?

원조 논쟁은 곳곳에서 벌어지며, 누구나 착각을 범한다. 모든 것은 결국 주관적인 생각과 판단일 뿐이니­ 인간은 착각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지식 역시 모두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착각은 잘못된 생각이니 만큼 가급적 줄여야 한다. “착각, 시대, 착오”는 역사가의 치명적 죄악이며, 정치인의 가슴 아픈 존작이다. 따라서 우리는 착각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진실을 알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상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