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에게는 두 명의 뛰어난 제자가 있었다. 좌 소치(허련), 우 상적(우선)으로 널리 회자되었다.

이상적은 역관으로 21번의 연행을 할 정도로 조정의 인정을 받았으며, 청에도 문우들이 많았다. 그만큼 시서에 능통한 사람이다. 그의 부친도 역관이었기에 자연히 어려서부터 역관에 뜻을 두었다.

완당이 제주도에 절도안치絶島安置 되어 외로운 생활을 하게 되자 스승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생각한 제자가 상적이다. 그래서 연행을 갈 때마다 청의 문우들에게 부탁하여 구하기 어려운 책을 귀국길에 가져와 완당에게 보내주었다. 『만학집』을 보내주었으며, 또 『대운산방문고』와 『경세문편』을 보내왔다. 이 책들은 조선은 물론 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책들 이었다.

완당은 항상 상적의 고마움을 잃지 않고 보답할 길을 궁리하다가 송나라 소동파가 아들에게 그림을 그려 선물한 일을 기억해 냈다. 소동파의 아들이 아버지가 유배된 먼 곳까지 찾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던 것이며, 『논어』「자한子罕」편에 나오는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문구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한 세한도의 탄생이다.

완당이 관직에 있을 때는 집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유배길에 오르자 어느 누구하나 찾는 사람이 없을 때 상적은 항상 스승을 생각했었다.

이렇게 탄생한 세한도는 이상적에게 선물되었고, 청나라 연행길에 가지고 가서 자랑을 했으며, 그때 문사들이 글을 지어 붙여 세한도의 가로 길이가 21m나 되었다.

이 그림은 이상적의 제자 김병선에게 넘겨졌으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었고, 그 후 진도출신의 서예가 손재형이 일본에 건너가 어려운 설득 끝에 되찾아와 국보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