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성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크게 창궐하고 있다. 그동안 방역에 성공했던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곧 출시된다고 하지만, 중환자 병상 포화 등으로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서민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지금은 실로 중차대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놓인 서민경제를 살릴 방도를 찾아야 한다.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에 모두가 힘을 모아 국가안보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경제동력을 다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방역과 개혁에 온힘을 기울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이 시점에 검찰개혁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검찰개혁은 지난 대선후보 5명 모두 내걸었던 핵심공약이다. 공수처 설치는 홍준표를 제외한 4명이 찬성했다. 이미 법률까지 제정된 마당에 빨리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의 기소독점 견제방안, 법무부 탈검찰화 등 약속했던 개혁방안을 추진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검찰개혁의 소임을 맡았던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은 본인 및 가족에 대한 검찰의 기소로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범죄라고 드러난 것은 태산명동 서일필격이다. 최종판결까지 봐야 하겠지만, 기소의 주요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검찰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이 따를 것이다. 조국에 이어 검찰개혁을 천명한 현직 법무부 장관 추미애 또한 시작부터 아들의 병역특혜 시비로 언론 폭격을 맞았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직무배제 및 징계위 회부 등을 이유로 추미애가 윤석열을 부당하게 탄압한다는 야당과 언론의 프레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은 헌법소원과 가처분신청, 징계위원 기피신청 등으로 맞서고 있다. 솔직히 나 같은 필부가 추미애와 윤석열 사이의 법적 공방에 관한 법률적 지식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추미애의 조치가 상당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보인다. 윤석열이 진행되고 있는 인척 및 측근이 관련된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사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빠르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검찰개혁이라는 의제가 왜 나왔는가?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독점권, 영장청구권, 직접수사권, 수사종결권, 경찰 등 사법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 형 집행권 등을 갖는다고 한다. 비선출직 공직자이지만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는 말이다. 검찰이 이 권한을 불편부당하게 오로지 사회정의 구현에만 썼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무소불위의 힘을 정치적·선택적으로 휘두르면서 수많은 폐단을 만들어왔다는 국민적 불신이 쌓였다는 것이다. 독립 후 분단 및 전쟁, 독재, 민주화 시기, 이명박-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 등을 거치면서 일어난 검찰권 남용의 폐해를 살펴볼 필요도 없다. 당장 며칠 전 검찰이 라임 전 회장 김봉현으로 부터 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수사 결과를 내놨다. 직무관련성은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해석하여 뇌물죄는 패싱하고, 접대금액을 김영란법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쪼개고 붙여서 검사 2명은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지적이다. 검찰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법의 잣대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에 문제다.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놓고 볼 때, 검찰의 범죄는 훨씬 더 엄격하게 단죄함이 마땅하다. 막강한 권한에는 치열한 자정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게 민초들의 법 감정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스스로 검찰에게 국가권력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라고 위임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검찰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가 자문해보고, 검찰권을 바르게 통제하지 못해온 정치권은 반성해야할 일이다. 한참 전에 <검사외전>이라는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 속의 검사들은 소박한 삶속에서 정의실현이란 사명을 담당하는 보통의 직업 공무원들이었다. 나는 다수의 검사들은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심과 법에 따른 불편부당한 수사를 통해 억울함이 없는 세상, 범죄에 대해 반성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고심하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믿고 싶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그렇게 살기에! 4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파워 엘리트들이 볼 때 민초들은 개돼지 같을지 몰라도, 그들이 성나 뭉치면 세상을 뒤집는다. 2017년에 국가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이던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혁명을 잊었는가? 절대군주도 민초라는 물위에 떠다니는 배에 불과하다는 맹자의 경고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황차 검찰이라고 예외겠는가! 국민적 합의였던 공수처는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 검찰권 견제를 위한 법과 제도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가의 온힘을 코로나19 극복과 새로운 시대 선도능력을 개발해야 할 시기에 소중한 국가동력이 검찰개혁 문제로 허비되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이번이야말로 검찰개혁의 끝을 봐야 한다. 이제 몇 달 후면 보궐선거와 대선 전초전이 시작된다. 지금을 놓치면 검찰개혁은 십중팔구 물 건너 갈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을 바로 세워 공평무사한 검찰로 거듭 나게 할 흔치 않은 기회가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