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의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의 업적은 대단하다. 그중 최고의 걸작 창조물은 오직 “인간”이 아닌가 싶다.

“인체의 신비”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인간의 과학적, 의학적 기능과 구조, 활동은 실로 경이롭다. 305개의 뼈로 태어난 신생아는 성장하면서 206개로 줄어들고, 650개의 근육, 100개 이상의 관절과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는 길이의 핏줄, 머리카락은 10만 개, 수염 3만, 잔털은 30만 개, 땀구멍은 500만, 신경 종말 1,000만, 뇌세포 230억, 세포 수 100조 개 등 숫자로는 헤아리기가 무척이나 힘이 든다.

인간이 만든 자동차의 부품은 1만 3,000개, 제트여객기 300만 개, 우주 왕복선 500만 개의 부속품이 있다면 인간의 신체는 세포 100조 개, 적혈구 25조 개, 백혈구 250억 개가 있다는 것이다. 피부는 끊임없이 벗겨져 4주마다 바뀌고, 평생 벗겨져 나온 피부의 무게는 48kg으로서 1,000번 정도 바뀐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수치로 본 인체의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 그것은 개개인의 외모, 재능, 더 나아가 성격과 감정, 사고와 사상 등 천태만상, 각각의 인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겉모습, 즉 외모의 차이, 다양성, 그 아름다움이 뛰어난 사람과 그 반대인 사람의 차이가 크듯이, 재능이 많고 다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도 다양하다. “용모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때는 주로 그 사람의 얼굴 모양을 보고,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할 때는 주로 그 사람의 지능(知能)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에는 여러 부분이 있고 그 여러 부분이 꼭 얼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사람의 재능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니 그 여러 가지 재능의 우열을 반드시 지능의 우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얼굴은 아름답지 않으나 손발은 유난히 아름다운 사람이 있고 사고력은 탁월하나 손재주는 형편없이 수준 이하인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말재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하지만 이 말재주만 하더라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말재주가 있다, 없다는 말을 함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말할 경우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다급한 상황에서 순발력 있게 임기응변의 말이 필요할 때는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글로 쓰는 말에는 능하다 입으로 지껄이는 말에는 서투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머리가 좋은 사람”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으니 암기력이 뛰어나기는 하나 논리적 추리력은 약한 사람도 있고, 논리적 추리력은 강하나 상상력은 약하고, 상상력은 비상하나 논리적 사고력은 보통인 사람도 있다. 학교생활에서는 공부를 잘해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이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에서는 보통 직장인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다. 학교 공부는 별다른 재능을 보이지 못한 사람이 사업을 시작해서는 남다른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는 소년은 거짓말을 반복하여, 신뢰를 잃은 무능력쟁이로 묘사되었지만 사실 양치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풀이 많은 곳을 찾을려면 지리에 능해야 하고, 먼 곳을 지침 없이 오고 가는 체력과 용기가 필요했으니 양떼를 인도하여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려면 별자리도 알아야 했다. 또한 양떼와 보조개의 성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리더쉽도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양치기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니 - 돌팔매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트린 양치기 다윗은 훗날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도 했다. 또한 중국 한나라 무제 때 “복식”이라는 사람은 양을 길러 큰 부를 이룬 부자였는데 통 큰 기부로 귀감이 됐고 벼슬을 얻어 재능으로 백성을 잘 다스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양치기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능을 일깨우기도 했다.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라이프”는 스포츠의 상식을 초월, 하루에 80개비의 담배에 훈련도 빼먹기 일쑤이고, 전술이나 작전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축구는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 주장했으니 - 그에게는 게으른 축구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크라이프는 그의 자부심대로 스테파노-펠레-크라이프-마라도나로 이어지는 레전드 계보에 빠짐없이 올라 이어지며 네덜란드에서는 아약스 및 국가대표 선수와 바르셀로나 감독으로서 이룬 성공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크라이프는 토탈 풋볼을 그라운드에서 완성한 축구 혁명가였으니 - 그가 언급한 몸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축구는 시건방이 아니라 토탈 풋볼을 일컫는 훌륭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재능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모든 종류의 재능이 탁월하거나, 한가지 재능도 갖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재능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용모의 아름다움이 크나큰 축복이듯이 머리가 좋은 것도 크나큰 축복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용모가 교만과 자만의 성격을 조장하여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듯이, 좋은 머리도 자칫하면 자만과 이기심을 조장,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 특히나 출세를 앞둔 이들!
재승덕박(才勝德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