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의 팬데믹 상황으로 지친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타격은 무엇보다도 교육 분야가 아닌가 싶다.
인성교육과 코딩 교육의 대두, 바뀌고 바뀌는 교육 정책과 형태, 그리고 난립된 교육 정보 속에서 학부모와 교사 특히나 학생들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10년, 20년 후의 내 아이를 세계 속 인재로 키우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또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 걱정이 앞선다.

내년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교육에 대한 공약은 쉽게 가슴에 와닿지 않는 가운데, 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현안이 인성교육부터 코딩 교육 - 공교육부터 사교육까지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서 발만 동동, 구르는 학부모, 교사 학생들, 모두에게 속 시원한 해결책을 찾아서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오래전의 학부모들은 수많은 자녀들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에 보내는 일에 대해서 요즈음 부모와는 달리 관심과 정성이 많지가 않았다. 그러나 자녀들의 삶에 대한 지혜를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는 아주 섬세하게, 훌륭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동시에 우리 부모님들은 체계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는 못했어도 자녀에 대한 스승으로서의 구실을 잘했다고 생각되나 학력이나 교육 수준이 높은 요즈음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부모들이 인성교육의 스승으로서 구실이 뒤떨어지는 까닭은 다음 세대에게 삶의 지혜 가르치는 일이 옛날에 비하여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사회적 변화가 비교적 완만했던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할아버지 세대의 윤리나 삶의 지혜가 아버지 세대에서도 타당성을 가졌고, 그다음 세대에도 타당성을 잃지 않았다. 그러므로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물려줄 전통 윤리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들, 딸에게 그대로 가르쳐도 여전히 타당성 있는 가정교육으로서의 의의가 있었다. 즉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원칙으로 하는 생활 태도는 할아버지 세대에게도 지혜로운 것이었고 손자 세대에게도 역시 지혜로운 태도였다.

그러나 사회환경이 급변하는 현대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전통 윤리의 원칙이나 여러 가지 관습들을 유지하기에는 오늘의 사회실정이나 환경에서는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오래전의 선생님은 학생을 아끼고 사랑하며 부모님과 같이, 그 이상으로 엄격하였으며 체벌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선생님은 사정이 완전 다르다. “스승의 날” 들려주는 “스승의 은혜” 가사에는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오늘날 위와 같은 노랫말에 스승이나 제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선생은 뭐 해준 게 없는데 은혜라니 - 자신의 인생도 정리가 안 되는데 그렇게 가르쳤을 리가 없다. 고맙긴 뭐가, 그리고 보답까지 - 노랫말 모두가 자꾸 가슴에 걸린다. 그중에서도 “가르치다”라는 말이다. 당연히 학교는 가리키는 곳이 아닌 가르치는 곳이었다. “가르치다”라는 말은 다분히 교사 중심적인 표현으로 교육의 주체가 선생이 됨을 알 수 있으니 - 무엇인가 어색하다. 오늘날 교육의 목적과 효과는 오로지 학생을 기준으로 해야만 한다.

따라서 한 학기가 지난 후 학생들의 학력이나 능력이 향상됨이 없이 선생의 교수법만 능숙해진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닌 것이다.
또한 “가르치다”라는 말에 담긴 지식 전달의 뉘앙스 문제다. 3, 40년 전에는 지식의 통로가 오로지 스승이었다면 지금은 아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방송 매체,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교육기관의 지식은 사방에 널려있고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취사 선택이 어려운 실정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초딩”이 묻고 초딩 아닌 척하는 “초딩”이 답하는 낮은 차원의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코세라(전 세계 대학교 참여 무료 온라인 강의)나 테드(역시 비슷한)를 들으면 사실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니 - 그 지식은 변두리의 낡고 묵은 지식이 아니라 우리 생활 중심에서 전개되는 살아있는 지식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아직도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스승이 있다면 그것은 교만하고 어쩌면 무식의 소치가 아닐까 한다.
결국 이제는 가르치는 것 (무엇) 대신에 가르키는 (방향) 것이 더 중요해진 것이니 - 이제 스승은 어디로 가야 좋은 지식이 있고, 다른 데로 가면 나쁜 지식이 있는지 알려주는 스승이 진짜 실력 있고 유능한 좋은 스승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에서부터 대학 졸업 전까지 넘어야 하는 지식의 산맥은 어느 방향인지, 정확하게 가르키는 것이 합리적이고 방향을 제시하고 창조적, 창의적, 예술적 영감을 주는 존재가 오늘의 진짜 스승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