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인 안자晏子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는데, 초나라 왕은 이 소식을 듣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안자는 제나라의 뛰어난 인재인데, 지금 그가 오고 있소. 내가 그를 욕보이려 하는데, 어떤 방법이 없겠소?」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말했다.

「그가 이곳으로 오면 신이 죄인 한명을 포박하여 왕 앞으로 오겠습니다.」
왕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오?」
「제나라 사람입니다.」
「무엇을 잘못했소?」
「도둑질을 했습니다.」

얼마 후 안자가 도착했다. 초왕은 안자에게 주연을 베풀어 주었다.
주연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두 명의 관리가 한 사람을 포박하여 왕의 앞으로 왔다. 왕이 말했다.

「포박당한 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제나라 사람인데, 도적질을 했습니다.」
이에 초왕은 안자를 보며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정말 도적질을 잘하는 군.」

안자가 곧바로 대답했다.

「저는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과실의 맛은 다릅니다. 그러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백성들 중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적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에 들어오면 도적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적질을 잘하게 하는 것입니다.」
초왕이 웃으며 말했다.

「성인은 농담을 하지 않소. 과인이 오히려 부끄럽소.」

제나라 출신의 죄수를 안자에게 보여줌으로 써 안자의 명성을 눌러 보려던 초왕의 계획은 결국 웃음거리로 끝났다.
귤이 변하여 탱자가 되었다는 말로 환경에 따라 만물의 성질이 변함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