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연말이 되면 송년회다 뭐다해서 모임이 참 많다. 주로 술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필자같이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이는 송년회도 하지만 1년을 되돌아보는 평가와 성찰의 시간을 함께 갖는다. 잘한 것은 무엇이고 못한 것은 무엇인지 토론도 하고 평가도 한다.

그러나 막상 성찰을 하고 평가를 하면 별 소용없는 짓이나 뜬구름 잡는 식이 되기 쉽다. 평가의 시간이 즐겁지 않고 반성과 비판만 난무해서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가 된다.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미안하고 아무 말 안하는 사람은 힘들고 듣는 사람은 괴롭다. 그럼, 좋은 취지에서 하는 일인데 왜 이런 결과가 생길까?

이유는 간단하다. 해마다 같은 평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같은 평가와 말들이 오간다. 1년이 지나든 2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도 평가의 내용은 거의 같고 그 결과 역시 “더 열심히 하자”로 결론을 맺는다. 평가를 하는 것은 변화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미 그 끝을 보고 하는 평가가 되어 버리니 형식상의 평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무슨 재미가 있으며 의미가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의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돌아가면서 자신의 느낀 점을 말하다보니 이야기의 초점도 다 다르고 중구난방이 되며 심층적인 분석이나 고민이 수반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해결책은 고사하고 결국 다시 집행부에게 ‘일임’이라는 말로 결론이 난다. 이런 식의 평가를 4~5번만 하게 되면 그 평가시간은 정말 괴로운 시간이 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논어』에 이에 대한 방법론이 나온다. 그 유명한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가 바로 그것이다. 유명한 글이지만 혹자는 뭐 이 말이 성찰과 평가의 방법론이냐고 이야기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온고이지신은 “옛것을 알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란 뜻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달리 해석한다.

“옛 일을 되살려 새롭게 깨닫는다면 그것으로 스승을 삼을 수 있다”

필자의 해석이다. 온(溫)이라는 말이 단순히 옛것을 아는 것이 아니다. 식은 음식을 다시 되살려 데우는 과정이 온(溫)이다. 지(知) 역시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다는 뜻이다. 즉, 단순히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 성찰이 아니라 성찰과 평가는 옛것을 되살려 새로움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담배를 끊기로 했는데 못 끊었다. 아니 작년에도 결심했는데 못 끊었다면 한번 정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되살려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왜 못 끊었는지, 단순 의지 문제인지, 아니면 주변 환경 문제인지, 구체적인 대처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끊지 못한 구체적인 상황을 다시 재생시키면서 더듬어 가면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그 원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원인에 대한 고민이 반복되고 성찰이 깊어지면 깨닫게 되고 새로운 대안이 나온다. 그러면 변한다.

담배를 예로 들어 이야기 했지만 모든 일이 그렇다. 필자 역시 활동에 대해 해마다 평가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계속적인 실패의 반복만이 되풀이 되는 수가 많다. 작년에 했던 평가 또 하고, 같은 실수, 문제점이 그대로 올해도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겪으면 다시는 평가나 정체성 논의하기 싫어진다.

반드시 왜 실수했는지, 왜 실패했는지, 왜 같은 문제점이 반복되는지 면밀히 분석해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극복하기 힘든 역량상의 한계인지, 아니면 시스템의 문제인지, 생각의 문제인지…… 되살려서 분석해야 한다. 한계라면 과감히 포기해야 하고 시스템의 문제이면 몇 년 단위의 실행계획이 필요하고 생각의 문제라면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깨달음이 있게 되면 문제점의 반복을 피할 수 있으며 본인이나 단체가 변화, 발전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한마디로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성장하는 것이다.

필자는 ‘자라는 시민단체’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그래서 온고이지신하는 평가를 해 보려고 노력한다. 올해도 연말 평가가 많지만 변화할 내일을 생각하면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