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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그리고 2014년

지역진흥원장 황만길

2013년이 지났다. 흔히들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말로 지난해를 추억하지만 2013년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다. 2013년은 뭐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고, 비정상이 일상이 된 대한민국이었다. 국정 현안은 표류했고 어느 과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2013년은 그렇게 흘러갔다.

대한민국의 2013년은 역사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2013년, 대통령은 아무런 존재감도 없는 여왕폐하의 이미지만 남았고 부처장관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TV조선, 채널 A등 종편 방송에는 저질 중의 저질들이 논리도, 상식도, 객관성도 결여된 폭력적 언어로 소위 막장 토론을 하며 그들만의 자위행위로 1년을 보냈다.

생각이 있는 국민들은 가슴이 답답해 나랏꼴을 개탄하고 “안녕들 하시냐?”고 서로에게 안부를 묻다 1년을 보냈다. 유신을 찬양하고,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시대착오적인 새마을운동을 꺼내들고 그렇게 유행가 가사처럼 흘러간 레코드판은 돌아갔다.

대선공약은 헌신짝처럼 폐기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사회구현은 종북몰이와 빨갱이 타령에 숨죽였다. 선과 진리는 악과 불의에 포위되어 어떤 것이 선이고 악인지, 진리이고 불의인지 가늠할 수 없이 허우적거렸다. 그렇게 2013년은 헛되게 내동댕이쳐졌다.

2013년을 시작하며 교수신문이 선정한 희망의 사자성어는 제구포신이었다.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인데 2013년은 완전히 절망의 한 해였다. 묵은 것은 썩은 것이 되어 돌아오고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2013년 말미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도행역시가 되었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시대착오적인 통치와 퇴행적 역사관, 빨갱이 타령이 2013년 한 해 망령처럼 국민들을 엄습했다. 소통은 없고 불통으로 해를 넘기고, 불법적인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해 반성과 성찰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불법을 저지른 놈들이 더 큰소리를 쳤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주요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어 민의를 왜곡하고 선거결과를 바꿀 수 있는 패악적인 불법을 저지르고도 그토록 떳떳할 수 있다는 2013년의 대한민국은 불행한 역사가 되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책임지는 사람도, 반성하는 사람도 없는 2013년은 그렇게 흘러갔다. 월급도, 권력도 국민에게 받았으나 사익을 위해 일하고 주인인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나라와 민족은 안중에 없이 오로지 정권만 유지하면 그만인 2013년은 처참한 상처를 남기고 그렇게 떠나갔다.

두려운 것은 2014년도 2013년과 같다면 어찌될 것인가 하는 암담함이다. 2014년은 시대정신이 사라진 2013년의 재판이어서는 안 되는 데 말이다.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기관들이 불법 대선개입으로 국민의 선택을 가로막고 민의를 왜곡한 행위는 국기문란이다. 또한 국민이 준 혈세로 월급을 받으며 국민을 배신하고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한 범죄는 용서받기 어려운 행위이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철면피 한 모습이 노래기 찜 쪄 먹는 뻔뻔한 2013년이었다.

돌아보면 어디 나랏꼴만 이런가? 오늘의 익산을 들여다보면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시민이 주는 혈세로 월급을 받는 비서진이 밤낮없이 단체장 선거운동이나 하고 다니질 않나, 국록을 먹고사는 국회의원 보좌관은 단체장 선거운동원 노릇이나 하고 다니질 않나 그야말로 개판 오분 전이 되었다.

그러고도 다들 낮 가죽은 두꺼워 자신들이 불법을 저지르는지도 모른 채 당연한 듯 그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이 불법이고 어느 것이 잘못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불법과 범죄가 일상이 되면 그것이 당연한 듯 여겨진다. 예를 들어 시장 비서실장이나 국회의원 보좌관이 현직 시장의 선거운동을 하고 다니면 명백한 불법이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국정원 등 주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역시 중대 범죄행위지만 정상적인 업무라고 착각을 하거나 어거지를 쓰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비서진이나 보좌진이 브로커나 다름없이 선거운동에만 몰두하는 익산이라면 무슨 희망의 정치가 가능하겠는가. 2013년에 이어 2014년조차 대한민국과 익산에서 도리에 어긋나고 순리를 거스르는 도행역시가 재현되면 우리는 죽은 시체에 300대의 매질을 한 오자서의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정녕 그런 2014년이 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 일을 위해 자신의 종아리를 걷고 300대가 아닌 600대, 900대의 매질이라도 우리 스스로에게 내려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