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같은 어느 순간에 곁가지를 튼다
빗물이 나무의 목마른 아우성 앞에 흐르는 물처럼 고인다
잠결에 시원스럽게 젖어든 아스팔트 길엔 아침이 적막함이 깃을 틀어버린다
노여움으로 일관하던 쨍쨍 내리쬐던 햇볕은 타들어가며 공원 돌무더기앞에 곤두박질 친다
단풍나무는 바람에 흩날리더니
제몸을 불사르며 홍점들을 밖으로 쩔렁인다
농구장에서 들었던 노래는 뇌속의 정기를 뒤흔들어 깨우다시피하며 근사한 어울림의 마당으로 나 자신을 초대한다
나른함이 몰려들면 정자의 천정에 꼿힌 나무의 나이테를 쳐다보며 말 몇마디에 훨씬 커버린 감성을 발견한다
지면에 녹아흐르는 바람 때문에 정지된 몸의 일부는 날리는 휴지조각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으로
점점 부피가 마모된다
줄어든 생각은 어느새 서울행 가차안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책세상에 머문 두 발을 응시한다
나무는 휘청거리면 노곤한 언몸을 감아쥐듯 실타래를 풀어버린다 이른 무더위에 분수는 하늘 어딘가로 믈줄기 치솟으며 멋진 동작을 흩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