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강의 늑골을 본다
물속에서 파닥이는 어린 고기들은 수심을 읽는 포집용,
잠시 잡혔다가 빠져나간 파문으로 바늘은
강의 폭과 길이를 가늠한다

파문이 일지 않는 밤
그것은 강과 고기 사이 묵언의 행간
바늘은 저 침묵의 무거운 두께를 꿰뚫고 싶다
어둠을 가르는 전조등처럼
강의 늑골까지 이르는 상상을 한다
이윽고 미늘이 움직일 때는
바늘이 강의 움직임을 파악했을 때,
캄캄한 밤,
정오 크기만큼 부풀려진 시간의 바늘이
물결의 옆구리를 치지만
얼음처럼 직조된 수직의 눈빛은
곡선의 추억을 가진 강물을 읽지 못한다
구부러진 무쇠의 생리만을 건져 올린다
또다시 물길을 만들며 유유히 흐르는 물결들
저 깊은 강물에도 무슨 상처가 있었는지
등축에 상처투성이다
긴 목덜미에 푸른 자국이 더욱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