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보훈지청 이 혜 리

2010년.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겨울의 기운이 아직 남아있지만,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며, 아이들은 새학기를 맞이하고, 새해의 다짐을 되새겨보기도 하는 생동의 계절 3월이었다. 그러던 3월 26일 밤 아홉시 이십이분,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비임무를 수행 중이던 천암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고 46명의 용사들이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차디찬 바다 속에서 숨을 거둔 슬픈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 땅에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으로 인한 포화가 멈춘 지 60여년이 흘러 우리들은 마치 평화로운 땅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2010년 3월 26일에 발생했던 천안함 피격사건은 우리의 생활터전인 한반도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양측이 대량살상이 가능한 각종 신무기로 무장한 채 서로의 가슴을 겨누고 있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상태인 휴전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 당시에는 대한민국 곳곳에서 천안함 46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보답하기 위한 범국민 모금 운동 등 다양한 활동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났고, 국민의 안보의식이 다져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이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이 3월 26일이 안타까운 것은 그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0년 3월 26일이 을사조약을 맺어 우리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일본제국주의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형한 안중근의사의 순국일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안정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46명의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헛되지 않게, 다시는 이 땅에서 천안함 피격 같은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의 안보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며, 다시 한 번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