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시민단체 대표를 맡은 지도 벌써 1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그 당시 35살, 희망연대가 첫발을 내디딜 때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시작했는데 어느덧 세월이 이리 흘렸다. 시민단체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나 익산의 여러 시정, 정치에 대해 많이 알거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물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웬만하면 아는 대로 최대한 말해 주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할 말이 거의 없다. 아니 요즘은 내가 물어보고 다닌다.

“요즘 익산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

“그 문제는 어떻게 되었대?”

“시의 입장이 뭐대?”

가끔, 물어보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적어도 시민단체활동을 이만큼 했으면 ‘정보통’까지는 아니어도 ‘안테나(?)’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물어보고 다니니 참 가관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른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도 반응은 유사했다. 익산시정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 그 역시 나에게 물어본다. 혹시 나는 알까 해서…….

흔히 말하는 ‘-설’만이 난무하다. 이렇다더라, 이랬다더라, 이런 것 같던데. 공식적인 공간에서 나오는 이야기 보다 뒤에서 흘려 다니는 이야기들이 훨씬 많고 거의 SNS에서 나올 법한 말들이다. 어쩌다가 이리 되었는가? 과거 이한수 前시장때도 너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말들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그렇지는 않았다. 공식적인 절차나 순서가 너무 쉽게 무시되고 있으며 그런 체계가 있어도 제대로 열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국민소통’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소통의 문제가 국정과 정치에 가장 중요한 테마로 나서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시대는 ‘소통의 리더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점점 소통을 요구하고 중시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직접적 삶과 연관되어 있기에 소통의 문제는 지자체의 운영 원칙이자 핵심이다. 박경철 시장도 이를 아니까 ‘시민이 시장’이라는 슬로건까지 내건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꽉 막힌 시정을 펼치고 있으니 참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소통의 장(場)이 필요하다. 소통의 장이란 별다른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핵심적인 문제나 사안에 대해서 몇 사람만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을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을 넓혀 가는 것을 말한다. 반드시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 주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힘이나 숫자로 밀어 붙인다며 이 또한 또 다른 집단의 독단일 뿐이다.

소통의 공간은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며 절차와 순서를 지키며 서로 의견을 나누는 민주의 공간이며 윈-윈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공론의 공간인 것이다. 주장도 하고 설득도 하고 남의 이야기도 듣고 그래서 공감하고 합의하고 따르며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 가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표본인 것이다.

희망연대는 이런 소통과 공감의 공론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희망연대 안에서 부터 작은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가보자고 합의했다. 희망연대를 넘어 시민사회, 지역사회에서도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여력이 된다면 해 볼 생각이다. 지금은 너무도 모든 소통공간이 막혀 있다.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이는 시민이 불행해지는 길이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화합하나 같게 하려 하지 않고 소인은 같게 하려고만 하고 화합하지 못한다.”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자로편)

신영복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화(和)는 나와 다른 것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원리이고, 동(同)은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원리”라고 말했다. 소통의 공간, 공론의 장이야말로 화이부동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구체적인 모습이 아닌가?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가는 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