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지난 5월 23일은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였다.

“벌써?”라는 말이 실감난다.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여 돌아가신 후 온 나라는 슬픔에 잠겼고 국민들은 눈물로 장례식을 치렀다. 그 때 나도 서울역 분향소에서 밤을 새우고 서울 시청광장에서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눈물로 그 분을 떠나보냈다. 그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흘러 6주년이 되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내 인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나의 정치인생이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에 뛰어든 노무현 후보 경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3당 합당을 선언한 김영삼을 따라가지 않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자신을 던졌던 노무현 후보를 호남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었다.

이처럼 나는 노무현을 좋아하고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도 나는 요즈음 소위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유감이 많다.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꿈꾸며 지역주의에 온 몸으로 싸웠던 노무현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따르는 패거리 의식만 있을 뿐이다. 미래에 대한 어떤 국가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런 패거리 정치, 개념없는 정치는 노무현정신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하늘에 계신 노 대통령이 통곡할 일이다.

노무현은 계승되어야 하지만 그를 두고두고 우려먹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그의 한계도 인정하며 극복해가야 한다. 그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으나 이루지 못한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위해 자기 헌신과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우리는 그 분을 편하게 보내드려야 한다.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서거 6주기를 추모하며 장례식 직후에 가슴으로 썼던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본다.

< 바보 노무현! 당신을 이제 진정으로 보내드립니다.>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서울광장에서 당신과 마지막 작별을 한지도 10일이 흘렀건만 나의 마음은 아직도 서울광장에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을 보내며 나와 아내는 두 아들과 함께 광장에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서러워서 울었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서 울었고,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자들에 대한 분노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연약함에 한없이 울었습니다.

당신과 인연이 되었던 지난 8년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둔 2001년 말 당신의 선거운동에 합류하였지요.

3당 합당 시 김영삼을 따라가지 않고 굳이 힘들고 어려운 길을 택해 부산에서 연거푸 낙선한 노무현을 호남이 모른 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광주를 비롯한 많은 경선현장에서 함께했고, 당신을 지키기 위해 창당된 개혁당의 익산시위원장으로 함께 했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되었으니 지난 8년간 당신은 내 삶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죽음을 더 이상 슬퍼만 하지 않겠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다 이룬 예수처럼 당신도 죽음으로써 너무도 크고 고귀한 것을 이루었습니다.

사정기관을 활용한 치졸한 정치보복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거 하였습니다. 언론이 특정 정치인(세력)을 매장시키기 위해 온갖 편파, 왜곡, 거짓보도를 하는 흉기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법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의 중단 없는 전진을 요구하였습니다.

원칙과 상식의 나라, 지역 차별과 학력 차별이 없는 나라,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나라, 남북이 하나 되는 나라! 이제 당신이 꿈꾸어 온 가치와 소망은 나의 소망이 되었고 이 민족의 십자가가 되었습니다.

바보 노무현!

이제 진정 보내드리려 합니다.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는 곳으로 당신을 보내려 합니다. 비록 당신은 가실지라도 당신의 뜻은 수많은 당신의 사람들에 의해 계승될 것입니다. 부디 편안히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