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아름다운 요정 에코(echo)는 어느 날 나르키소스(Narcissus)를 보게 되었는데, 그만 한눈에 반해 몰래 따라다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애만 태운다. 오직 동료를 부르느라 소리친 끝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헤라의 “이제부터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없고 남이 한 말의 끝만 되풀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저주 때문이다.

바람둥이 신 제우스가 숲속에서 한 요정과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에코는 헤라를 만나게 된다. 사랑의 현장이 헤라에게 들키면 가엾은 요정이 받을 벌이 걱정이 되어서 헤라 앞을 가고막고 되잖은 말로 수다를 떤다.

그 사이 제우스는 요정과 도망치고 헤라는 에코에게 저주를 내린 것이다.

또한 나르키소스는 어느 날 숲속 샘에서 물을 마시려고 엎드렸다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그림자에 반해 그 그림자를 그리워하여 숨을 거두고 한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수선화다.

사랑하는 나르키소스를 여윈 에코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몸이 여위다가 흔적없이 사라지고 소리만 남게된다. 바로 메아리 에코다.

메아리는 「뫼아리」 즉 산에 사는 것이란 뜻이지만, 「메앓이」 메(山)가 아파 앓이하는 것이란 뜻도 있다. 말하자면 「산울림」보다 「산울음」에 더 가까운 뜻이 있다.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던 숲속의 요정이 헤라에게 들켜 잔인한 벌을 받을 것이 안쓰러워 헤라 앞을 가로막고 시간을 끌어주던 에코의 이타적 사랑이 메아리가 되었듯이 나와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타애(他愛)란 내가 하고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한 말의 끝만 되풀이 해주는 것.

네가 앓이하면 나도 앓이하며 우는 사람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가르쳐주는 신화가 에코의 신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