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이 무리지어 집단을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다스리는자'와 다스림을 받는자로 구분되어 이어져 오고 있다.

인류가 신분제 사회에서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결정된 신분에 따라 살아야 했고, 그들에게 낮은 신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허락되지 않았다.      

신분에 따른 불평등이 해소되기 시작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시작되면서 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권력자만이 독점했던 부(富)를 수평적 경쟁으로 누구나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본주의는 아마도 신분제 사회를 무너뜨린 일종의 혁명이 아닌가 한다.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의 삶은 핵심에 혁신을 거듭한다. 개인의 노력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되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자유의 시대, 여기서 생성된 부는 또 다른 부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현대 인류의 삶을 이끌고 있다.

조선왕조시대에는 양반과 상민으로 신분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생을 지배하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연암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은, 상민이 돈으로 양반을 사서 자신의 신분을 바꾸는 돈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양반으로서 해야할 새로운 일, 몸가짐, 의관을 갖추고 수만가지의 예의범절, 지켜야 할 갖가지 복잡한 일 등이, 상민으로서 재물을 모으는 일보다 어려워서 그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고 달아나 다시는 양반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돈은 바보라도 모을 수 있지만 쓰는데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다. 황금에 눈이 어두어 모으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니 쓰는 여유와 지혜를 터득하지 못하고,자신은 물론 가족 및 주위 사람들까지도 피해와 함께 망신까지 주게 됨을 우리는 종종 목격할 수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안되는일이 없으며 못할일이 없다. 천한 사람도 돈이 있으면 남들이 귀하게 대접해 준다는 뜻의 '돈만 있으면개도 멍첨지라'라는 속담도 있다. 돈! 돈! 돈이 최고야! 모든일에 모든 분야에 돈과 연관되지 않는 경우가 없다. 일반 서민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정치인, 종교인, 공무원, 선생님, 사장님도 돈앞에서는 초라해진다. 시골에 거주하는 연예·예술인, 언론인은 더욱 심하고, 심지어 재벌이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리베이트니, 비자금이니, 차명계좌니, 결국에는 복지를 위한 기부 및 모금한 돈에도 손이 뻗쳐 정신이 없다. 흘러간 가요에 '돈타령'은 유머러스하고 흥겹지만, 죽어도 돈벼락을 맞고 죽었으면 하고, 가정이 파탄나도 로또에 당첨 되었으면 하는 절박한 바람이 현실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돈을 모으는 절차와 쓰는 결과다.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도 말라는 성경구절에서도 나타나는 바와 같이 노동의 대가 없이 모은 돈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자인 토마스 모어(Thomas More)는 그의저서 <유토피아>에서 오직 노동하는자만이 식량과 자원을 얻을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한편으로 돈은 쓰이는 결과에 따라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공자는 정의롭지 못한 환경에서 축적한 부를 나무랐으며, 부자가 교만하게 되는 것을 질타했다. 설혹 정의로운 환경에서 돈을 벌었다 해도 이웃과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인식해야한다. 부가 정신적 가치의 생산에 기여햇을 때, 즉 가난의 멍에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하면서 예술과 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했을 때, 부는 온전한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진정한 선진사회는 단순하게 경제적 부 뿐 아니라 그 사회의 저변에 흐르는 역사와 전통, 예술, 문화그리고 사회정의 등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풍성하게 갖고있는 지역을 말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