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류·林類는 나이가 거의 백 살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봄이 되어서도 갖옷을 걸치고 묵은 밭이랑에 떨어진 이삭을 주우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공자가 위·衛나라로 가다가 들에서 그를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저 노인은 더불어 얘기할 만한 분일 것이다. 가서 말을 건네 보아라.”

자공이 자청하여 가서 밭두렁에서 그를 만나 한숨을 쉬며 말을 건넸다.

“선생께서는 일찍 후회한 일이 없으십니까? 그렇게 노래하고 다니며 이삭만 주우시니.”

임류는 발길을 멈추지도 않고 노래를 그치지도 않았다. 자공이 계속하여 묻자 곧 허리를 젖히면서 대답하였다.

“내가 무엇을 후회한단 말이오?”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젊어서는 힘써 행실을 닦지 아니하셨고 장년이 되어서는 때를 다투지 않으셨고 늙어서는 처자도 없습니다.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어서 이삭을 줍고 다니면서 노래를 하고 계십니까?”

임류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즐거워하는 일은 사람들도 모두 지니고 있는 일이지만 그들은 반대로 근심으로 여기고 있지요. 젊어서는 행실을 닦지 아니하고 장년이 되어서는 때를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것이오. 늙어서는 처자 없이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그 때문에 이처럼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오.”

자공이 말했다.

“오래 살려는 것은 사람들의 정情이요. 죽음이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입니다. 선생께서는 죽음을 즐거움으로 여기고 계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임류가 말했다.

“죽음과 삶은 한 번 갔다가 한 번 되돌아오는 것이오. 그러니 여기에서 죽는 자가 저쪽에서 탄생하지 않음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나는 그것이 서로 다른 점을 잘 알고 있소. 나 또한 아귀다툼하며 삶을 추구하는 게 미혹된 일이 아님을 어찌 알겠소?”

자공은 이 말을 듣고 그 뜻을 깨닫지 못한 채 돌아와 그 말을 공자에게 고하였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그분을 더불어 얘기할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과연 그렇구나. 그러나 그는 터득을 하였지만 철저하지는 못한 사람이다.”

《임류가 죽음이 삶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태도를 지닌 것은 죽음과 삶을 자연 순환의 한 현상으로 파악하는 열자의 입장에서 볼 적에는 생사의 뜻을 철저히 파악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자는 공자의 말을 빌려 임류를 「철저하지 못한 사람」이라 평하고 있다.》

『열자列子』 <천서天瑞>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