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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와 재능

(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겉모습, 즉 외모의 아름다움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크듯이 재능이 많은 사람과 그 반대인 사람의 차이도 많다. 어떤 사람의 “용모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때는 주로 그 사람의 얼굴 모양을 보고,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할 때는 주로 그 사람의 지능(知能)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에는 여러 부분이 있고 그 여러 부분이 꼭 얼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사람의 재능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니 그 여러 가지 재능의 우열을 반드시 지능의 우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얼굴은 아름답지 않으나 손발은 유난히 아름다운 사람이 있고, 사고력은 탁월하나 손재주는 형편없이 수준 이하인 사람도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말재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하지만 이 말재주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서 말재주가 있다 없다는 말을 함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말할 경우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다급한 상황에서 순발력 있게 임기응변의 말이 필요할 때는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글로 쓰는 말에는 능하나 입으로 지껄이는 말에는 서투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머리가 좋은 사람’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으니 암기력이 뛰어나기는 하나 논리적 추리력은 약한 사람도 있고, 논리적 추리력은 강하나 상상력은 약하고, 상상력은 비상하나 논리적 사고력은 보통인 사람도 있다. 학교생활에서는 공부를 잘해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이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에서는 보통 직장인 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다. 학교 공부는 별다른 재능을 보이지 못한 사람이 사업을 시작해서는 남다른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을 거듭하여 신뢰를 잃은 거짓말쟁이, 무능력쟁이로 묘사되었지만 사실 양치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양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풀이 많은 곳을 찾으려면 지리에 능해야 하고, 먼 곳을 지치지 않고 오고 가는 체력과 용기가 필요했으니 양 떼를 인도하여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려면 별자리도 알아야 했다. 또한 양 떼와 양치기 개의 성질을 파악하고 리더십도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양치기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돌팔매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양치기 다윗은 훗날 이스라엘의 왕이 됐다. 또한 중국 한나라 무제 때 복식이라는 사람은 양을 키워서 큰 부를 일구어낸 부자였는데, 통큰 기부로 귀감이 됐고 벼슬을 얻어 백성까지 재능으로 잘 다스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양치기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능을 일깨웠다.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는 스포츠의 상식을 초월하는 인물이다. 하루에 80개피의 담배를 피워대는 체인스모크에 경기중에도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훈련도 빼먹기 일쑤이고, 시건방에 줄 담배에 전술이나 훈련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축구는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그에게는 게으른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월드컵 축구 중계를 시청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나를 TV 앞에 앉혀놓을 만한 유능한 선수가 없어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크루이프는 그의 자부심대로 스테파노-펠레-크루이프-마라도나로 이어지는 레전드 계보에 빠짐없이 올라 이어지며 네덜란드에서는 아약스 및 국가대표 선수와 바르셀로나 감독으로서 이룬 성공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크루이프는 토탈 풋볼을 그라운드에서 완성한 축구 혁명가였다. 그가 언급한 몸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축구는 시건방이 아니라 토탈 풋볼을 일컫는 개념이었다.

재능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모든 종류의 재능이 탁월하거나 한 가지의 재능도 갖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재능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용모의 아름다움이 크나큰 축복이듯이 머리가 좋은 것도 크나큰 축복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용모가 교만과 자만의 성격을 조장하여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듯이, 좋은 머리도 자칫하면 자만과 이기심을 조장,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재승덕박(才勝德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