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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소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3주에 한 번씩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감사히 받았다. 33년만의 귀향인사! 돌아왔다는 신고이기도 하지만 남은 시간 고향을 위해 일해 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난 신흥동에서 태어나 1983년에 이리고를 졸업하고 대학진학 때문에 서울로 떠났었다. 올해 2월 익산에 왔으니 꼭 33년만이다. 좀 요란하게 귀향했다. 20대 총선 출마자로 귀향인사를 드렸으니 말이다. 50일밖에 뛰지 못했지만 많은 말씀을 들었고 드렸다. 당락에 상관없이 익산에 정착해서 고향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드렸었다. 약속대로 총선 이후 낙선인사를 마치고 새로 연구소를 개설하여 일할 터전을 마련했다. 이제야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 지난 33년 동안 나는, 익산은,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또 미래를 고민해본다. 어떤 변화를 예측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1983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꿈을 안고 입학했다. 하지만 채 한 달을 가지 못해 세계관과 인생관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대학에 상주하던 경찰들의 감시와 폭력, 80년 광주의 참상을 접하면서 ‘출세’의 꿈은 설 자리를 잃었다. 민주화운동에 동참했고, 이후 노동운동, 시민운동, 지방자치운동, 정치운동을 해왔다. 지난 33년의 시간은 이웃과 세계에 눈을 뜨는 시간이었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온 시간이었다. 이제 고향에서부터 그 변화를 만들고 싶다. 익산은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가? 83년에 이리시와 익산군이었던 고향이 이제 도농복합도시 익산시가 되었다. 인구는 1만명이상 오히려 줄었다. 14만명에 달했던 군지역은 절반으로 줄었고, 구도심의 인구도 정체되거나 줄었으며, 동산동, 영등동, 삼성동, 모현동 등 신도심을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구도심이나 면지역을 걷노라면 33년 전 그대로인 건물과 도로가 낡고 쓸쓸하고 무상한 느낌이 든다. 이리시의 중심이었던 익산역 앞은 해가 져도 불이 켜지지 않는다. 지역별로 삶의 모습에 차이가 크다. 연령별 인구구성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예전에는 영유아에서 장년까지 대략 연령별로 5,000여명 수준의 고른 인구구성을 보였었다. 하지만 현재 10대는 연령별로 4,000명수준, 10대미만은 연령별로 3,000명 수준으로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2만명대에서 4만명대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면단위일수록, 구도심일수록 훨씬 심각하다. 총인구는 줄었는데 가구 세대수는 약 6만5천세대에서 12만세대로 늘면서, 가구별 인구가 4.5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 경제적으로 버팀목이 되었던 가구의 가족수가 훨씬 적어진 것이다. 지역별 연령별 가구별로 빈곤세대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일자리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현재 익산시민중 10만여명 정도가 등록된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농업인구는 6만명대에서 3만명대로 줄었다. 광업 제조업 고용 인구는 좀 늘다가 최근 10년 이상 총 고용 인구가 2만명 초반에서 정체되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지만 소득도 천차만별이고 경쟁압력이 너무 커서 사업을 지속하는 업체가 훨씬 적은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업의 평균소득은 제조업보다 훨씬 적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경쟁압력과 소득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복지망은 부족한 채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옛 친구들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무한경쟁과 양극화로 말미암아 예전에 비해 정도 없어지고, 불신과 불안도 커진 것으로 느껴진다. 경제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2007년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시장만능주의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독점자본의 폐해와 가격거품, 시장교란은 심각한 위기적 상황이다. 독점폐해와 가격거품에 대한 관리, 중소기업·서민업종 보호, 시장공정성 확보로 1차 분배의 개선, 보편복지와 공공의 역할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호의 조치는 미흡하기만 하다. 남북통일경제의 비전을 열어가기는커녕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높아져 가고 있다. 강대국의 일방에 추종해서 경제외교안보에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대기업은 수백조원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고도 기술투자와 사회공헌에 인색하다. 국제적인 산업 경쟁력은 저하되고 있고, 중장기적인 시장 경쟁력의 확보와 복지대책도 수립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도 심각한 지체 상황이다. 국민들은 ‘근면과 성실’ 하나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어떻게 익산의 미래를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하나의 만능열쇠는 없겠으나,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과 양극화의 악순환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 위에 국가적인 중장기 정책과 지방정부의 비전과 노력, 시민들의 자구적 실천이 쌓여야 상생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서 선순환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 총선 1공약으로 세운 이유이기도 했고, 협동사회경제연구소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33년만의 귀향인사로 고향에서 이렇게 시작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