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자선원장 · 전북노숙인복지시설협회장

성산 김 영 주(도영)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은 주위에서 외국인들을 보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어디에 가도 외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을 보면 세계화시대, 지구촌이란 말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늘어나는 외국인들의 숫자만큼이나 국제결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문화가족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세계적 이주화의 영향과 국가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사회도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가족, 결혼이민자가족, 외국인근로자 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족은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하여 20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큰 폭으로 증가한 요인에는 국제결혼이민자 및 자녀의 증가 외에도 유학생 및 전문직 외국인의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적별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군으로 많고,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 거주하고 있다.

그들 중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집단은 여성결혼이민자 집단이다. 국내 외국인의 증가 추세를 성별로 비교해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민자가 훨씬 더 증가함으로써 ‘이주의 여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주의 목적도 남성은 주로 취업을 목적으로, 여성은 결혼을 목적으로 입국, 체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국제결혼은 1995년을 기점으로 이주여성이라고 범주화하는 집단의 여성 비율이 남성을 능가했다. 또 이와 관련하여 매매혼,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젠더 관계로 집중되면서 아시아 여성들이 이주를 통해 겪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국제결혼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많은 국민들은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사회 곳곳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도 결혼이민자들이다. 정착과정에서의 경제적 이유와 사회적 제도상의 미비함, 결혼 중개인의 상술, 가족의 인식 부족이나 일방적 태도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기 쉽다. 또한 지역사회와 단절되어 사회참여에 제한을 가지며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가족갈등과 문화적 충격으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들이 일시적으로 거주하든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가정생활을 유지하든지 간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가족복지 분야의 주요 관심이 되고 있다.

사실 결혼 이민자를 포함한 다문화가족의 특성은 한두 가지 특성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주 이유와 사회 경제적 배경 등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주과정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큰 관심이 필요한 것은 상업적 중개업자에 의한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과정이다. 일반적으로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서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외국인 신부를 맞는 가족은 기대와 요구가 많게 되고 이로 인해 부부관계와 가족관계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가족에 대한 헌신과 어려운 경제생활에 대해 강한 생활력을 보여줘야 한다든지 오히려 금전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예도 있고 한국남편과 가족의 경우도 배우자로부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인한 어려움으로는 한국인의 편견과 선입견, 언어의 장벽, 문화적·종교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 정체성에 대한 갈등, 낮은 사회적 성취감, 자녀교육문제 등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 배우자와 가족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의 원인을 이주여성의 한국어 능력을 비롯한 요리, 시댁과의 관계, 특히 웃어른에 대한 예의와 며느리로서의 의무 등 한국문화 수행능력 부족으로 보고 타 문화권에서의 삶의 경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으로 갈등과 차별의 소지가 되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들도 또 다른 차별과 멸시의 문제로 정체성의 혼돈을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적 여건 외에 이국적 외모와 피부색이 놀림의 대상이 된다든지 특히 외모 때문에 낯선 환경을 접하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성격이나 정체성의 문제나 청소년기의 방향에 대한 고민 또는 관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점점 글로벌화되면서 자본과 상품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람들에게도 점점 국경은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들과 공존하는 것은 이젠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며,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경제적 성취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갖고 이 사회로 이주한 다문화가족이 적어도 차별이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사회의 모든 제도와 생활기반이 이들에게 친화적인 환경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편견이 해소되어야 하고, 다문화사회에 걸맞은 사회통합정책이 체계화되어야 한다.

다문화가족은 그 수나 이주 경로 민족 구성 등 인구 사회학적으로도 매우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어서 간단히 일반화하기는 어려워졌다. 도시지역보다 높은 농촌지역의 국제결혼 비율, 이들 다문화가족 자녀의 수적 증가와 유형의 다양화, 이들 아동과 청소년의 진학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사회적 지원이 요청된다. 또한 여성결혼이민자의 사회적응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들 배우자와 가족, 지역사회를 포괄하는 사회복지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지만,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정책방향 설정을 위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