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자선원장 · 전북노숙인복지시설협회장

성산 김 영 주(도영)

고구려와 백제가 피 터지는 영토분쟁을 벌이던 5세기 말엽 고구려는 광주(廣州 :경기도)에 수도를 정한 백제로부터 자주 침입을 당했다. 당시 백제의 개로왕은 文武를 겸비한 임금으로 나라를 다스림에 어질어 백성들의 충성심이 대단해 군대도 강했다. 고구려의 장수왕은 전략을 세워 첩보활동을 꾀하였다. 많은 첩자 후보 가운데 법명을 도림(道淋)이라고 하는 승려가 뽑힌다. 그는 바둑이 고수였다. 도림이 왕에게 “듣자 하오니 백제왕이 바둑을 아주 좋아한다 하옵니다. 소승이 접근하여 적정을 살피고 음모를 꾸미고 오겠습니다.”

이리하여 도림은 고구려에서 대죄를 지어 쫓기는 몸으로 변장해 백제로 달아나더니 망명을 요청했다. 얼마 후 이 사실이 개로왕에게 전해져 왕은 도림을 불러들여 그에게 고구려의 전황을 물었다. 여러 가지의 이야기가 오가며 날이 지나는 동안 바둑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바둑을 좋아하던 개로왕은 즉시 바둑을 두자고 했다. 그리고 도림의 수(手)가 보통이 아님을 금방 깨달은 개로왕은 차츰 그를 신임하기에 이르렀다. 어느새 국수(國手)로 불리던 도림에게 임금이 물었다.

“그대의 소원은 무엇이오?”

“소승은 불법에 전념하는 한편 바둑을 유일한 낙으로 삼아왔습니다. 어쩌다 고구려의 미움을 받아 고향에서 쫓겨난 이 몸, 이제 대왕과 바둑이나 두며 여생을 보냈으면 합니다.”

도림이 조용히 말했다. 임금은 오히려 잘됐다 싶어 즉시로 도림을 궁내에 상주시키며 여가가 나는 대로 도림과 바둑을 즐겼다. 도림은 음양오행과 풍수설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이 있었다. 세월은 흘러 왕의 신망도 제법 두터워진 도림은 벼슬자리에도 오르게 되었다. 어느 날 임금은 도림과 함께 궁궐 안 정원을 거닐다가, “산세와 풍수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는가?” 하고 물었다. 도림이 지금까지 참고 참으며 기다려왔던 질문이었다.

“소승이 보는 바로는 지세와 산하가 잘 갖추어져 왕도(王都)로서는 적합하온데....”하고 잠시 말을 끊은 뒤 계속 말을 이었다.

“첫째 궁궐을 넓혀 새로 단장하고, 둘째 토성을 높이 쌓아 올리고, 셋째 하천의 둑을 보수하여 홍수를 예방하고 넷째 선왕(先王)의 묘가 빈약하니 석관(石棺)을 새로 만들어 묘역을 크게 키워야 합니다.”

간첩 도림의 말을 옳다고 생각한 개로왕은 국력을 동원하여 궁궐, 성곽, 토성, 하천, 왕릉 등 각종 공사에 힘을 썼다. 드디어는 북방을 지키는 병력까지 끌어내려 이 역사(役事)에 투입시키니 창고에 가득하던 양곡이 급격히 줄어들고, 백성들은 지치고 군(軍)은 사기가 떨어지는 등 국력이 매우 쇠약해졌다. 기회를 노리던 도림은 목적을 달성하자 몰래 백제 땅을 빠져나갔다. 도림을 맞이한 고구려의 장수왕은 병마(兵馬)도 이끌지 않고 맨손 단신으로 적국에 뛰어들어 이 엄청난 일을 완수해낸 공적을 치하하여 큰 상을 내리고 전략가로서 국정을 계속 돕도록 벼슬에 오르게 하였다. 백제의 정세를 훤히 파악한 고구려의 대군은 이때를 놓칠세라 허술해진 국경을 여지없이 허물며 수도로 침공했다.

영특한 임금으로 이름난 백제의 개로왕은 첩보원 승(僧)의 간계(奸計)에 빠졌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왕자 문주(文周)를 보고, “나는 죽어 마땅하니 나의 군사들과 여기에 남아 끝까지 싸울 것이다. 너는 빨리 남쪽으로 피하여 새로 나라를 세워 이어가도록 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결국 개로왕은 고구려 병사에 의해 살해되었으니 서기 475년의 일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이따금 현실 판단을 잘못하여 역사의 진통을 겪는 사례를 자주 본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6.25가 그러했다. 판단하나 잘못하여 얼마나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렀는가? 우리의 판단은 그렇게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도자의 판단은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한민국 민족의 소원은 평화적 통일이다. 전쟁으로 인한 통일은 절대 아니다. 요즘 사드 때문에 나라가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정작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정치인들은 우왕좌왕이다. 민족의 불행은 자기의 일이 아닌 것처럼 어떤 조직이나 기득권을 위하여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평화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협상 속에서만이 가능하다. 전쟁의 무기를 만들고 사들이고 하는 것은 한 번 해자는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저 쪽에서 핵무장을 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은 어린애 같은 바보스런 생각이다. 무기를 가지고 싸운 다는 것은 서로 간에 깊은 상처와 죽음만 줄 뿐이다. 지금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은 내 동생이지만 저 놈이 미운 짓거리만 하니 남들 보고 밥도 먹이지 마라, 용돈도 주지 마라, 잠도 재우지 마라 하여 동생이 스스로 죽어가기를 바라는 형의 심술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선각자들은 통일은 반공(反共), 승공(勝共) 같은 이데올로기로는 안 된다 하였다. 어렸을 적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했다가 싸늘한 죽임을 당 한 이승복 어린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었다. 이제는 화공(和共)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사이에 끼어 있어서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세계평화의 길잡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백년 동안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과 우호는 몇십 년이다. 이제 우리가 적극 나서서 중국과 미국을 화해시키자.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미국은 인도, 베트남, 필리핀, 호주, 일본과 안보 네트워크를 꾸준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몸값은 급등한다. 벌써 중국을 통한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커넥션 부활이 보도되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이 개입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사드 반대에 나선 국민들의 가슴에 파란 나비가 달렸다. 선동적인 붉은색과 죽음을 의미하는 ‘검정’ 리본을 대신해 평화를 상징한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성주지역 어머니들이 만들었다.

우리의 대북정책의 대전제는 전쟁방지이고 평화 통일이다. 전쟁무기로는 절대로 평화를 생산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