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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지난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엊그제 가을인가 싶더니 11월에 들어서면서 추위와 함께 겨울이 닥친다. 이제 곧 한 해가 가버리고 미지의 새로운 해가 올 것이다. 세월과 더불어 우리들의 삶의 길이란 그렇게 쉽게, 그리고 순탄하게 가는 것도 마냥 즐거운 것도 아닌가 싶다. 직장에서는 직장대로 가정에서는 가정대로 번거롭고, 번거롭고 성가신 일들이 집중하여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훌쩍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하는데- “왠지! 어디론가 멀리 가고 싶구나”하는 개그맨의 넋두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사에 마치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의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기 혼자만의 자유와 고독을 한껏 누리고 싶지 않을까? 그것은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것?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은 세미 소셜(semi social)한 시재”라고 정의했으니 인간은 반(半) 사회적, 반 고독스러운 동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정의라고 느껴지지만 돌이켜보면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이란 아마도 위와 같이 양면적인 성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만사 제치고 여행을 떠났다 하자!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나 얼마 동안 서성거리다 보면 마음이 편하고 자유로운 점도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역시 쓸쓸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함께 어울려 살면 번거롭고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쓸쓸하고 외로워진다. 그래서 인간은 소셜과 솔리터리(social, solitary)의 틈바구니를 맴돌면서 살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것은 새삼스럽게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아득한 옛날로부터 그와 같은 상반된 요소가 깃들여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사회적 성격이 강한 인간들은 재빨리 정착해서 농경사회를 이루었고, 반대로 고독의 성향이 짙은 인간들은 정착된 따분한 생활을 기피하면서 유목생활을 유지하였으니, 사막·초원 등 자유로운 대지와 대지를 옮겨가며 살았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이와 같은 두 종류의 인간들이 스스로의 기호에 따라 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아프리카 케냐에는 이 나라의 수도 나이로비에 살면서 근대사회 건설에 여념이 없는 부족으로 키쿠유족이 있는가 하면 반면 초원에서 서식하는 마사이족은 나이로비와 같은 큰 도시에는 그 모습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맨손으로 사자와 코끼리를 ?으며 잡는 스릴을 즐기면서 근대사회에 순응하는 인간들을 비웃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사하라에 사는 투아레그족은 솔리터리파의 한 인종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니제르 강변과 대서양 및 지중해 연안 등 물가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은 끝까지 삭막한 사막에 머무르면서 낙타와 벗하며 외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눈 덮인 벌판에서 살고 있는 리프족 또한 고독파에 속한다. 스웨덴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 족속들의 아이들을 도시 학교에 입학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그들은 반대하며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리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도시에 들어오지 않고 설원을 자유로이 옮겨 사는 분명한 삶을 선택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민도 어쩌면 한반도에 정착한 농경민의 후예로써 이전에는 이곳저곳 옮겨 살았던 수렵민 또는 채취민이였으므로 역시 솔리터리한 인간의 요소가 감추어져 있을 것이니- 러셀의 정의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풍요로운 서구 사회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가난한 나라 사람들보다는 잘 사는 사회일수록 그 풍요 속에서 삶의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평과 실의 속에 방황하는 기묘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오늘의 현상도 양면적 인간의 본성에서 오지 않았을까 한다. 물질문명의 발달이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고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솔리터리 인간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역으로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을 찾아 캠프생활 같은 것을 동경하게 된다. 사회보장이 잘된 안전한 사회에서 살다 보면 자기의 분신인 솔리터리적 인간은 좀이 쑤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함께 어울려 살면 번거롭고, 그렇다고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쓸쓸하고 어려워진다. 그래서 인간은 늘 소셜과 솔리터리의 틈바구니를 맴돌면서 살아가기 마련인가 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