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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삼정원장

성산 김 영 주(도영)

두근거리며 새해를 맞이 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의 끝자락이다. 설날이 1월 끝에 있어서 2월은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가진 달이며, 바로 입춘(立春)이 있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은 태양이 황경 315˚에 왔을 때를 말하는데 동양에서는 입춘부터 봄이라고 보고 이 시기를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다고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춘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갈라서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하였다고도 한다.

봄의 시작, 입춘! 그러나 사실 입춘이 되어도 추위는 강하게 남아 있다.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2월, 3월까지도 남아 있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연약한 들꽃은 미리 꽃을 피웠다가 꽃샘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동사하기도 한다. 봄에 아름답고 건강한 꽃을 피우려면 꽃샘추위를 잘 견뎌낼 힘을 길러야 한다. 그 힘은 금방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양분을 잘 비축해놔야 한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듯이 경계를 만났을 때 잘 이겨내려면 평소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 꽃샘추위를 만나 쉽게 시들어버리는 꽃처럼 마음에 힘이 없으면 경계에 쉽게 끌려 다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꼭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꽃샘추위를 거뜬히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나무나 들꽃처럼 우리도 경계에 쉽게 끌려 다니지 않을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

마음에 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해결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일은 다 마음이 들어서 하기 때문이다. 꽃샘추위처럼 우리를 아프게 하는 수많은 경계들, 그 속에서 마음의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본래 마음을 볼 수 있어야 하겠다. 본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경계가 있기 전의 마음, 흔히 돌멩이를 던지기 전의 잔잔한 호수에 비유를 많이 한다. 이를 평상심이라고도 한다. 자신의 본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어떠한 부자도 부럽지 않다. 왜냐하면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도, 커다란 자동차도, 사랑하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지지만 자신의 본래 마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보물이자 영원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 보물을 잘 간직하고 늘 바라보면서 살아야 한다. 경계를 만났을 때도 얼른 본래 마음을 비춰 보고 그 자리로 돌아가는 공부,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는 인색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경우가 참 많다. 남의 흉은 잘 보면서 자신의 흉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등잔불이 사면은 다 밝히면서 제 밑은 어두운 것처럼 말이다. 즉 사람이 남의 허물은 잘 아나 저의 그름은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자존심, 또는 상(相)을 버리고 자신을 바라볼 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그 모습을 인정하고 고칠 점은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면 자신의 단점이 더 좋은 장점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보석상을 운영했던 한 부호가 유럽 여행 중에 진귀한 보석을 발견했다. 거액의 돈을 주고 보석을 산 그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그 이상의 돈을 받고 보석을 팔 생각으로 무척 설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살 때는 미처 보지 못한 작은 흠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 이런 흠이 있었다니.”

그는 어찌할 줄을 몰랐고, 감정가들도 그 흠집 때문에 보석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보석의 가격은 한없이 내려갔다. 부호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보석을 원래의 가치로 되돌릴 수 있을까?’ 그는 오랜 고민과 생각 끝에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바로 보석의 작은 흠에 장미를 조각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장미꽃 조각 하나로 그 보석의 가치는 몇 배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모든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예술품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처럼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고만 한다면 그 단점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직시하고 고쳐갈 방안을 찾는 사람은 더 좋은 장점을 지니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 힘도 마음의 아주 큰 힘이다.

한 등산가가 알프스 산을 오르다가 심한 눈보라를 만났다. 그는 산 정상에 가면 산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눈보라를 뚫고 정상에 오르려고 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가 져서 어둠까지 내렸다. 그는 점점 심해지는 눈보라를 맞으며 어둠 속을 걸었으나 가도 가도 산장은 나오질 않았다. 1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헤매던 그는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절망하게 되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다음 날, 눈보라가 걷힌 다음 사람들은 길가에서 얼어 죽은 등산가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가 얼어 죽은 장소는 바로 산장에서 5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고 한다. 만일 그가 눈보라와 어둠의 고난 속에서도 5m만 더 갔더라면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을 그는 절망에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이처럼 포기하는 사람은 더 이상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모든 일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면 늘 꽃샘추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은 경계들에 속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욕심에 끌려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계들 속에서 자신의 본래 훌륭한 마음을 찾아내고, 단점을 발견해서 고쳐나가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생활해 간다면 우리들은 그 어떤 위대한 인물들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