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장

국제NGO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김영주

요즘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필자는 해외 출장업무가 막히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외출 제한이 많아짐에 따라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TV 보는 일이 잦아졌다. 몇 가지 채널을 보지만 그 중 재미있게 보는 채널하나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몸이 아파 건강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들이지만 자연의 위력을 체험하는 삶이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자연의 위력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갈 때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몇 년 안가서 몸이 완쾌가 되고 정신적인 안정을 얻는 것이다.

현대는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하여 사람들은 풍요한 물질과 그것이 주는 병리에 빠져서 그들의 방향과 위치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삶의 방향 설정과 목적 설정이 확고히 되어야만 인간이 정상적 위치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인간다운 삶은 우리 인간본성의 진정한 법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물이 아래로 흐르듯 거슬리지 않고 순리대로 흐르는 것이다.

나무에는 나무의 결이 있고 돌에는 돌의 결이 있다. 결을 따라 도끼로 치면 아름드리 나무도 쉽게 두 쪽이 나고 정을 대면 돌은 작은 힘으로도 깨끗이 갈라진다. 그러나 결을 무시하고 억지 방향으로 쪼개려 하면 아무리 큰 힘을 들여도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사리가 있고 인간이 걷는 길에는 도리가 있다는 것이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하여 체득한 결론이다. 사리 또는 도리를 따르는 것이 순리라 하거니와 만사에 지나침을 삼가고 중용의 길을 택하라고 권고한 동양의 사상이나 이성을 따라 사유하고 이성을 따라 행위 하라고 가르친 서양의 철학이나 모두 순리의 길을 숭상한 점에서 근본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순리에 바탕 하여 있어지는 것이 분수요, 분수껏 사는 삶이 바람직한 인간의 길이다.

현재 우리의 주위를 살펴보면 순리대로 분수를 지키면서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벅차게 짓눌려 있고 뒤엉켜 있어서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성급히 서두르지 말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한가닥 한가닥 풀어나가지 않으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정도로 엉클어질 염려가 매우 크다.

작금의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귀중한 것이 삶 자체이며 그 삶이 자유로우면 자유로울수록 좋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자유를 어떻게 행사하는 것이 가장 자유스러운 인간의 삶이냐고 할 때는 그렇게 간단치 않은 것 같다.

아마 인간의 역사를 보면 이 자유를 위해서 많은 피를 흘렸었고 또한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다. 무엇이나 얻어지는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수반되나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을 잘 지킨다고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우며 또한 그것이 잘 쓰여 져서 자신과 더불어 이웃에게까지 유익하게 한다는 것은 더욱 더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고귀한 자유는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에 의해서 순리대로 얻어져서 인간의 순수한 힘에 의하여 즉 의지에 의해 지켜져서 하고자 하는 대로 마구 쓰여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을 하지 않는 자유로서 사람 각자의 분수에 맞게 자유는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회의 공정한 법칙인 법이 즉 자유를 보호해야할 법질서가 일부의 특권층이나 물량화된 힘에 의해서 힘없이 부서져서 혼란을 야기하는 때가 있다. 그러므로 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구속과 억눌림의 상태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보아왔으나 이러한 것은 잠시일 뿐 민중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언제나 이것은 대중의 것이었다.

문제는 힘 있다고 하는 일부 계층들이 갖는 특권의식이 자신들에게 처음부터 있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과 대중에게 맹세했던 약속을 깨뜨리고 망각하므로 해서 즉 자신의 분수를 철저히 잃음으로 잠시 머문듯하다가 오히려 전체를 빼앗기는 것을 보아왔다. 특히 최근의 우리 정치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갔다. 순리대로 흐르는 자유의 물결은 누구도 막지 못하며 어느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것은 가질 사람이 자신이 책임질 만큼만 향유되어야 한다. 힘차고 발랄한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구보다 많이 누릴 조건이 되어 있으나 자신들에게는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말이 있다. 가난한 생활 가운데서도 즐거움을 찾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다는 말이다. 가난이라 하는 것은 얼굴 가난, 학식 가난, 재산 가난 등 무엇이나 부족한 것을 이르는데 안분을 하라 함은 곧 어떠한 방면으로든지 나의 분수에 편안하라는 말이다, 이미 받는 가난에 안심하지 못하고 이를 억지로 면하려 하다면 마음만 더욱 초조하여 오히려 괴로움이 더하게 된다.

일이란 매사 억지로 하면 초조해지고 괴로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때로는 현실을 감수하면서 한편으로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낙을 삼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

공자가 총애했던 제자 안회는 덕행이 뛰어난 반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너무 가난하였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외부의 환경을 탓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주어진 환경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성인의 도를 추구하는데 열심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안회에 대해 '가난을 예사로 여기면서도 여전히 성인의 도 좇기를 즐겨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장한가'라고 했다. 이는 소극적인 인생관이라기보다 공부인의 적극적인 낙도관이다.

헛된 명리(名利)를 좇아 자신의 본분마저 잊어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분이라 하여 세상을 소극적으로 살라는 뜻이 아니다. 무한한 욕망(欲望)을 맹목적으로 좇다가 자신을 망쳐버리는 일 없이 사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은 깊은 지혜 연마와 정당한 실천으로 이어져서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혜복을 준비하는 적극성을 내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