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마당을 비워 주지 않으니
배롱나무꽃과 채송화는
불볕을 피해 졸고 있다

이 가을 따가운 햇살마저
소나기 따라 가버렸다면
그것마저 없었다면
가을이 오는 가슴은 가난하겠지

마당 한편 붉은 열정 끌어안고
시들지 않는 사랑을 위하여
맨드라미는 햇살 속으로 걸어가고
텃밭에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는
인생의 매운맛을 뿜어댄다

가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