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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인 정치판, 국민이 바꿔야 한다

▲ 익산시민 유성무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을 보자. 외교안보적으로는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미-중 패권경쟁에서 균형을 잡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성장하는 동시에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처하면서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문화적으로는 한국의 얼을 역동적으로 해석하여 지구촌 문화를 주도하는 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이 모든 과제는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이 뒷받침 될 때만 해결할 수 있다.

문재인은 외교안보,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임기 내내 물어뜯고 있는 수구세력의 준동에 시달렸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봉쇄 조치 없이 사태를 통제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일본의 정치적·경제적 도발에 맞서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과감한 군비(軍備) 확충으로 전쟁 억제력을 실현한 업적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IMF 관리체제를 극복하고 ICT·문화콘텐츠 강국의 기틀을 놓은 김대중, 권위를 내려놓고 수구세력과의 일전을 불사한 노무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이 있다. 특히 임기 중 친인척 비리 등 권력형 비리가 없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 결과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이었고, 40%를 넘는 임기말 국정지지율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재벌·검찰·사법·언론 개혁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일본 강점기부터 100년 넘는 세월동안 곳곳에 뿌리박은 수구세력을 불과 5년 만에 민주적으로 척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의 개혁동력은 도덕성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 발탁으로 훼손됐다. 여기에 총선 이후 기득권화된 여당의 무능력까지 더해지면서 개혁의 힘을 잃었다는 점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2022년 3월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너무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이 이룬 성과를 계승하고, 미봉에 그친 개혁의 고삐를 다시 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보면서 한심함을 금할 길 없다. 불과 1년 전 대선후보 지지율 40%를 찍었던 이낙연은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등을 들먹이고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인 결과, 홍준표와 윤석열에게도 밀리는 추풍낙엽이 됐다. 반면 14%에 그쳤던 이재명이 당내 경선에서 50%를 넘기면서 대세가 되고 있다.

이낙연은 호남에서도 밀렸으면 후보 사퇴를 하든지, 치열한 정책 경쟁으로 여당 지지자들을 대선 승리를 위해 결집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이재명과 화천대유 사건을 엮는 등 내부 총질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또 누가 보더라도 끝난 판에 후보 사퇴자의 무효표 처리에 불복한다고 떠들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옳은 말이 아니라 강한 주장이 이기는 선거판에서, 자신의 변변한 대표 정책 브랜드 하나 없으면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자세 자체가 한심하다.

민주당에 맞서는 국민의힘 경선은 정말 막장이다. 그나마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와 유승민은 나름의 논리와 콘텐츠라도 있는데, 나머지는 눈뜨고 볼 수 없다. 윤석열은 양파가 무색할 만큼 본인과 주변의 비리 의혹들이 연일 터져 나온다. 온갖 적폐 사건의 교차점이 되고 있다. 정치 철학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국정 이해조차 없다. 최재형은 한 술 더 뜬다. 50년 넘게 살면서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대통령 공부한 후 정책을 논하겠다고, 또 애국가 4절까지 부르니까 애국자라고 말하는 걸 처음 본다. 가계의 친일 의혹만 털리지 않았던가?

여기에 문재인 정권을 독재·부패 정권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문재인과 조국의 자녀 일거수일투족을 비난했던 장제원과 곽상도가 ‘아빠의 힘’을 과시하면서 국민의힘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거듭된 음주운전에 경찰 폭행까지 해도 풀려나는 장제원의 아들. 다른 곳도 아닌 화천대유에서 7년 근무하고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의 아들. 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인 것을! 이런 것들이 남을 비난하고 국회의원이랍시고 공정을 말하고 있으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망나니 자식 단주를 죽인 중국의 요임금, 공화정 전복에 참여한 두 아들을 참수한 로마의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 불가항력적인 과오를 저지른 아들을 민의에 따라 죽인 아테네의 페리클레스, 난행을 일삼는 세자를 폐한 조선의 태종.... 역사에는 대의를 위해 자식까지 희생시킨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어찌 부정(父情)이 없었겠는가? 다만 그들이 택한 정치인의 소명을 다하기 위함이었겠지! 정치는 주둥이로 하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판이 개판이다.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라고 참칭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여야를 떠나 최소한의 도덕성과 수준 이상의 철학과 능력을 갖춘 자가 돼야 한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쾌도난마처럼 개혁을 추진할 과단성과 장악력을 가진 자가 돼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때처럼 속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 4년 동안 국민과 문재인이 힘겹게 쌓은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썩은 정치판 새로 깔기, 국민이 직접 나설 때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