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1980년 12월 1일 최초로 컬러 TV방송을 시작했다. 실로 컬러 방송은 색채에 대한 혁명이었다. TV컬러 방송은 전국을 하나로 묶었고 탤런트, 영화배우 등 그들의 얼굴은 드라마와 광고 이미지로, 그리고 미인으로, 우리 기억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서구적 몸매와 커다란 눈 등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면서 여성들은 다이어트, 화장, 성형 등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시대의 미인은 고작 우리시대의 미인일 뿐, 조선시대 미인, 서양의 미인 역시 마찬가지일지니.. 루벤스, 렘브란트,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이 표현한 미인은 풍만한 체형의 여성을 미인으로 표현했다. 미인의 기준은 시대와 장소, 유행에 따라 제각각 이었으니 오래전에 아름답다고 여기던 게 지금은 무시되기 일쑤다.

미에 대한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방법에는 화장이 있다. 화장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니.. 그 하나는 자기를 자기 아닌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욕망의 소산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를 보다 뚜렷이 표현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다. 전자가 음성적인 자기 위장이라면 후자는 양성적인 자기주장이다. 하나는 자기를 숨기고 다른 하나는 자기를 내세운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 두 가지 형태는 서로 상반되고 있는 듯 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집요한 욕망은 자기를 버리거나 얻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선천적인 미인이라면 자기를 내세우는데 주저할 이유는 없겠지만 애초 못생기게 태어난 경우라면 부득이 자기를 꾸밀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화장이란 어쩌면 조물주의 불공정에 맞서 인간이 생각해낸 자기 미화의 기술이다. 따라서 가능한 변화의 추구에 화장의 미학은 완성될 것이다.

오늘날 바람직한 화장은 자기의 개성을 죽이지 않는 엷은 화장술이 강조되고 있으며, 심지어 화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화장이 최고의 화장술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는 다양한 개성의 시대이니만큼 뚜렷한 자기표현에 화장의 포인트를 두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성이나 미를 내세울 만큼 선천적으로 혜택 받지 못한 수많은 얼굴들은 어쩌란 말인가. 화장은 바로 조물주의 총애를 받지 못한 여성들을 위한 제2의 창조 수단이며, 꾸미고 변화시키는 방법으로서의 그 기술이 철저하게 추구될 수밖에 없다.

물론 배우들이나 직업여성들의 짙은 화장은 일반여성들의 화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분류한다. 그것은 송두리째 자신을 감추거나 아니면 자기 부정의 대역의식에서 발상된 일종의 분장술이다. 얼굴의 윤곽조차 분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을 자주 볼 수 있지만 그것은 화장의 의미를 완전히 착각한 예외의 경우이니.. 반면으로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로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건강하고 발랄, 청결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중 진정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으며, 상대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피부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전혀 화장을 하지 않고서는, 남의 시선을 끌만한 미인이란 지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현대의 미인이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미용식, 미용체조 등 육체적인 단련을 통해서, 그리고 성형으로 미를 가꾸는 등 오만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역시 미를 완성하는 마지막 최후의 보루는 세련된 화장술이라 하겠다.

화장품의 다양한 개발과 화장의 기법도 고도로 발달하여 다행이나, 지나친 모방과 유행만을 좇아 획일적인 화장이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장보다 자기를 위한 화장, 스스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화장, 자기표현의 독자적 기법이 될 수 있는 화장의 주체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성화장품도 여러 가지로 소개되고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알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