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익산에는 근대역사문화박물관이 없어 지난날의 추억을 찾아볼 길이 막막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익산은 인류가 살아온 역사와 같이 아주 오래된 지역이며 하늘이 내린 아주 좋은 자연조건과 함께 그 발자취가 지속되어 왔으며 백제 무왕이 남긴 역사문화는 드디어 세계인과 같이 하는 세계문화유산이 되기도 하였다. 역사문화는 쉬지 않고 그 흔적을 남기며 과거와의 대화를 끊임없이 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와의 대화 중 근대역사문화를 무관심과 망각 속에 묻혀버린 채 지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때는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제시대의 문화흔적이 산재되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역사문화 자료가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로 있기에 하는 말이다. 특히 구 이리시의 영정(榮町)통(중앙동 일대)은 근대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일제의 깊은 상처로 인하여 일부러 잊혀진 역사로 삼고자 모두가 방치된 상태로 그동안 지내오다 보니 지난날의 아픔과 함께 서려있는 애환도 모두 사라져가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점점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아픈 역사의 문화유산도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후손들에게 쓰라린 아픔이 서려있는 근대역사문화유산을 다시 조명하여 교훈의 자료로 삼아야 할 역사관이 필요하다. 그러함에도 그동안 우리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무관심속에 묻어버리고 문화적 의미조차 찾지 못한 상태로 버려진 곳이 되었다. 나라를 잃은 서러움과 함께 일제의 통치기간 동안 남겨진 일제의 흔적들이 익산 이곳저곳에 있다.

무엇보다도 일제의 식민통치 기간 동안 일본인들의 필요성에 의해서 착취 본거지로 삼아온 곳이 익산이며 그렇게 활용되어 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하다보니 일본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어느 지역보다도 많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치된 상태로 세월 속에 묻혀 사라져가고 있으며 일본인들의 잔재로만 여기다보니 익산의 근대문화유산이 무엇이 있는지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후세에 남겨줄 소중한 문화자료가 사라져 가고만 있다.

근대역사문화유산 하나하나가 우리 선대들의 고통과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다. 잘못된 역사문화유산이지만 정리하여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 주어야하고 나아가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가치가 매우 높다. 일제시대 익산 땅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경제적 침투의 근거지로 삼아 활용된 곳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익산의 비옥한 농토를 보고 욕심을 부려 익산에서 곡물을 생산하여 군산항을 이용,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익산에서 군산까지의 육로와 철도를 놓고 나아가 토지정리까지 감행하여 공유지화 한 것이다. 또한 이에 상응한 시가지와 주거지를 만들어 활용하였으며 당시 우리민족을 하인처럼 취급하면서 착취를 일삼아 최대한 인적 물적 활용 방안을 강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사용된 흔적들이 여기 저기 남아있는 익산이다. 교육시설로는 이리농림학교를 비롯한 이리여학교, 이리초등학교와 중앙초등학교가 그 당시의 모습을 일부 남긴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주택들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어 아픔의 현장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춘포에 가면 당시 일본인들이 운영했던 농장건물과 도정공장 그리고 식량창고가 남아 있어 착취의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 모습마저도 희미해지고 있으며 그 옛 모습들이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춘포역을 가보면 역사(驛舍)만 홀로 서있고 애환이 담긴 철길은 사라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옛 정취를 다소나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년전까지만 해도 애환이 배어있는 만경대교가 고스란히 남아있었으나 이제는 양 입구에 그 모형만 남겨진 채 사라졌다. 춘포에 가보아도 아쉬움만 가득하고 구 이리시에 산재해 있는 일제의 흔적이랄 수 있는 근대역사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찾고 정리하여 후손들에게 쓰라린 일제의 침탈 모습을 교훈으로 새겨두기 위한 역사관을 설립해야 된다고 아픈 마음으로 소견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