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만경강이 전라북도의 젖줄이라고 말하면서 젖줄의 소중함에 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러하다보니 대대적인 종합개발과 함께 미래의 전망도 희미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 만경강 개발은 전라북도를 살찌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눈을 크게 뜨고 미래지향적인 개발에 앞장을 서야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만경강은 아예 개발에서 누락된 상태였다. 또한 인근 주민들도 삶에 지친 탓인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이 된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강둑에 소리 없이 잘 자라주고 있는 벚나무와 각종 나무들을 보면서 만경강의 미래를 그려볼 뿐이다. 그리고 규모가 작지만 생태공원이라는 곳이 있어서 신록의 계절을 맞이하여 자연과의 친화력을 구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며칠 전에는 우연하게 만경강 둑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면서 만경강만이 간직하고 있는 숱한 사연들을 떠올려 보았다. 말없이 흐르는 보잘 것 없는 실 줄기 같은 저 강바닥에 숨어있는 숱한 역사가 있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저 강바닥에 묻힌 말 못할 사연들은 언제나 이 세상에 나올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본다. 만경강은 전북의 역사라고도 하는데 과연 그 숱한 역사를 누가 찾아낼까? 만경창파(萬頃蒼波) 만경강은 전북의 젖줄역할을 했다는데 어떻게 태동되었나를 살펴보자. 익산의 동남쪽 춘포면과 왕궁면 그리고 오산면의 경계를 흘러 서해바다로 들어가는 강이 만경강이다. 특히 만경강은 고대수로의 중심지로서 사천, 횡탄의 중심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왕궁과 금마의 고대 역사 문화 중심 무대이기도 했다. 노령산맥에서 발원된 만경강은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 삼천, 익산천, 탑천, 부용천이 있고 완주군, 익산군, 김제군, 옥구군 지역을 통과하는 100여km에 달하는 긴 강이다. 그리고 오늘의 만경강 모습은 일제시대 관개사업의 일환으로 제방을 쌓아서 생긴 것이며 그 전에는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고대 익산지역의 교통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천의 생성과정을 보면 고산천은 노령산맥의 운장산(1,125m)에서 발원하여 대아리 저수지, 경천 저수지에 유입한 후 고산면과 봉동읍을 지나 삼례에 이르러 다른 지류와 합류한다. 소양천은 만덕산(762m)에서 발원하여 소양면, 용진면을 거쳐 삼례에 이른다. 전주천은 완주군 상관면과 임실군 관촌면의 경계인 솔치에서 발원하여 전주시를 남서로 끼고 삼례에 도달한다. 익산천은 금마면과 왕궁면에서 집수되어 춘포면에 이르러 만경강에 합류 된다. 서해에 연결되어 있는 만경강은 간만의 조차가 커 만조 시에는 하천의 수위가 상승하고 간조 시에는 하강하는 강이다.

1926년에는 일본인들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의 경지정리가 목천동 일대 400ha가 만들어진다. 이때 만경강의 모습이 크게 변하게 된다. 만경강은 동진강과 함께 곡류(曲流)하천(河川)이다. 만경강이 넓은 충적지를 곡류하면서 많은 유류 변경이 이루어졌으며 구 하도는 대체로 익산시 남부인 동산동, 인화동, 평화동, 목천동, 금강동 일대가 여기에 해당된다. 치수사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익산의 구릉지에서 만경강까지 그리고 시내 북서부인 탑천 일대는 거의 전부가 갈대밭이었으며 습지에는 개 연꽃이 만발하게 피어 옥야(沃野)홍연(紅蓮)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근대화된 수리시설이 들어서기 전에 익산은 구릉지 사이의 저수지들이 많았던 곳이다. 현내(모현동)의 금곡지, 익산역과 중앙동에 있었던 관설제, 무넘이에 있었던 대덕이보, 방죽안의 시녀지, 송내제, 용골방죽, 소신제, 약촌제가 있었으며 북부에는 황등제가 있었던 물이 풍족했던 지역이 익산의 과거 모습이었다. 오늘날은 시내를 통관하는 하천이 없어서 퍽 아쉬워하는 실태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물이 항상 풍족한 지역이 익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파란물이 넘실대는 만경강이 우리 시야에 들어올 날을 기다리면서 만경강을 친환경적으로 개발되어 옛 정취를 다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