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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광반조

이리자선원장 · 전북노숙인복지시설협회장

김영주

금년도 벌써 반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특히 금년은 나라의 대표자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한 공약으로 대표자로 나섰던 이들은 지금도 국민을 위한 정책진행보다는 당권 다툼 내지는 정권다툼의 틀 속에서 분주하기만 하다. 민의를 수렴하기는커녕 자기들만의 이익을 좇는 무리로 전락하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사회는 먹고살기 힘들다 하여 여기저기서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나랏일이 걱정된다.

풍수지리에 보면 물형(物形)이란 말이 있다. 산세의 형상이 사람이나 동물, 식물, 어류, 곤충, 악기 등을 닮아 보이면 닮은 대로 그 이름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그중에서 산세가 용의 형상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 4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로 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이 있다. 회룡고조형은 산세가 용이 자신이 떠나온 자리를 돌아보는 형상을 말한다. 즉 산의 지맥이 뻗어 내려오다가 그 본산을 돌아다보는 형국으로 무정한 산맥도 그 근본을 잊지 아니하고 돌아다본다는 것이다. 무정한 산도 그 근본을 잊지 않고 회룡고조를 잘 해서 명산이 되는 것처럼 우리들도 회광반조를 잘해서 대중에게 신망 받는 사람이 되고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주인들이 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우주의 대자연은 허공에 근본 해 있다. 또한 모든 유정계(有情界)는 각기 마음에 근본 해 있고, 모든 인류는 각기 조상에 근본 해 있고, 여러 단체는 그 단체의 창시자와 그 단체를 총괄하는 중앙에 근본 해 있다. 우리나라는 수 천 년을 지나오면서 단군을 비롯하여 수많은 지도자와 여러 조상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루어졌고, 각 지방과 기관은 중앙을 인하여 건립되어 있으므로 우리 국민은 항상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조상들의 노고를 잊지 아니하고 감사와 경모의 뜻을 같이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상과 후손은 둘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 기관이 둘이 아니다. 조상이 없으면 후손이 어찌 있으며, 후손이 없으면 조상의 공로가 어찌 드러나며, 중앙이 없으면 지방 기관이 어찌 있으며, 지방 기관이 없으면 중앙이 어찌 그 계획을 실현하겠는가?

회광반조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잘 돌이켜 보는 마음”이다. 근본을 돌이켜 살펴서 비추어 보는 모습이다. 개인, 단체, 사회, 국가가 계획을 세울 때에도 그 근본을 살펴서 세우고, 각자가 마음을 사용할 때에도 근본을 잘 살펴서 오로지 자신의 임무와 책임만 다하면 되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70대 노인이 40대의 운전자에게 주차문제로 가스총을 겨누고 죽이겠다 하여 처벌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순간을 참지 못하여 각종 사회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국회와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 국민을 이롭게 하는 근본인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아니하면 상대편의 의견에 반대만 하고 있다. 새해에 잔을 높이 들고 새로운 희망을 위하여 건배했던 그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개인에 있어서도 욕심과 분별심으로 정신없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반년의 세월이 지나는 마당에 이제 한 번씩 자신을 돌이켜 보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어떻게 왔는가? 어디를 향해 걸어가야 할 것인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청정하고 밝은 진리 앞에 똑바로 서서 자신의 인생 좌표를 정확히 확인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하며, 업력과 업장으로 거칠어진 마음, 어긋난 마음, 때 묻은 마음을 청정한 진리와 보편적 윤리로 다듬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봄이 되면 모든 이파리들은 물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이파리들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으로 절정을 이루게 되고,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 서서히 물이 빠지고 낙엽 되어 땅에 떨어지고는 썩어서 사라진다. 하찮은 이파리 하나도 물이 들 때와 물이 빠질 때 그리고 썩어서 사라질 때를 잘 알고 순리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때와 순리를 잊어버린 채 늘 물들고 사는 일에만 정신이 없다. 가만히 멈추어서 자신의 마음속을 찬찬히 살펴보자. 가까운 인연에 물들고, 원망으로 물들고, 분노로 물들고, 이기심으로 물이 들지 않았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자신이 어느 색에 물들어 가는지를 바르게 아는 것이 지혜이다. 원래 우리의 본성은 물듦이 없다. 그 물듦이 없는 자신의 본래 마음에 회광반조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를 오래 타다 보면 엔진에 찌꺼기가 많이 쌓이게 된다. 그러면 연료가 많이 소모도기 때문에 엔진 세정을 해야 한다. 자동차뿐 만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오래되면 찌꺼기가 붙는다. 그러기 때문에 때가 되면 그것을 씻어내야 하고, 버려야 하고, 태워버려야 하는 것이다. 도자기는 쇠붙이도 녹인다는 1,300도 가마의 고열 속에서 자신을 온통 맡기고 태워버리고 난 뒤에 명품으로 부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들도 사회 속에서 대인관계를 가지며 살아오면서 알고도 붙고, 모르고도 붙는 욕심의 찌꺼기들이 너무도 많다. 욕심의 찌꺼기가 다북 찼을 때에는 마음은 고장 날 것이고 그 고장으로 인하여 모든 권리와 기능이 마비될 것이며, 결국은 번민 망상과 분심초려로 자초자기의 염세증도 나고, 신경쇠약자로 전락되며, 혹은 실진자도 되고 극도에 들어가 자살까지도 있게 된다. 그러므로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진리로 그 찌꺼기를 태워버릴 수 있어야 큰 사람이 되고 참사람이 될 수 있다.

잘못은 나에게 돌릴 때가 참으로 좋은 것이고, 그때가 제일 편안한 때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회광반조해 보자. 함께 가야 할 세상의 바다에서 나 혼자서만 잘 살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