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무인이 쓴 「천남잡지泉南雜志」라는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다.

어느 날 성안에 강도가 들어 약탈을 하다가 달아나는 것을 관병들이 추격해 잡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두 병사가 부상을 입었다. 한 병사는 왼쪽 손목이 상했고 다른 한 병사는 가슴에 상처를 입었는데, 도적을 잡을 때 도적의 곤봉에 맞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런데 나는 그 때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무릇 곤봉에 맞으면, 중한자는 목숨을 잃기도 하고 경한자는 뼈가 부서지든지 하는데, 저렇게 붓지도 터지지도 않을 수가 있는가? 가짜 상처를 만든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알아보았다.

“우리 고향에는 살에 멍이 든 것처럼 검푸른 물이 들게 하는 풀이있는데 그 이름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걸 여기서는 천리급(千里急)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나는 아역에게 명해 그 천리급을 뜯어오게 해 절구에 찧어서 손목이나 가슴에 붙여 보았더니, 살가죽이 멍이 든 것처럼 검푸르게 되었다. 해서, 도적들한테 상했다는 그 병사들을 불러다가 천리급이라는 풀을 보이고, 그것을 살에 붙이게 했더니, 그들은 처음에는 대경 실색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마침내는 죄를 자백했다.

그때로부터 성안에 도적이 없어졌다고 전해진다.

*천리급 - 길가 울타리 옆에 자라는 줄기 뻗는 식물로서, 잎은 길고 두터우며 맛은 씁쓸하고 약간의 독이 있는데 역기, 황달, 충독 등을 치료할 수 있다. 먹는 방법은 잎을 끓여 그 물을 입에 물었다가 토한다

= 본초강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