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일모도원은 나이가 들어 늙었는데 할 일이 많이 남았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자고로 힘없고 가난한 촌로나 서민이라면 씁쓸한 말년의 인생을 한탄하는데 적합하게 쓰일 말이겠으나, 힘 있고 돈 많은 권력자라면 그 권력과 재물을 어떻게 보전하고 자식에게 물려줄지를 걱정하는 말이 된다.

경제가 침체되고 가계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대에 사는 서민들이야 일모도원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해 놓은 것은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나이 들어 건강은 무너지고 자식들 걱정, 돈 걱정, 심지어 나라걱정까지 어느 것 하나 맘 편할 것이 없는 형편이다.

이 지경인데 물가는 폭등하고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과 통신요금 등 모든 것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고 있다. 서민들 호주머니 터는 일에 대기업은 혈안이 된 듯하고 이명박 정권은 5년 내내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 신문방송 등 언론장악, 정권연장에 지나치게 정력을 낭비했다.

역대 독재자들이 강조하는 것 중에 동일한 레퍼토리가 치적이다. 진의 시황제는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아 외적을 막아낸 치적을 말하지만 그의 잔인한 살상행위는 수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 홍무제도 일모도원 때문이었는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권력 강화와 안정적인 후계계승을 목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수 만 명의 공신과 가족들을 무참하게 살상했다. 홍무제의 치적은 많지만 그의 치적이 아무리 많다 해도 왕권강화와 주씨 정권의 안정화라는 미명 하에 저지른 참혹한 살상행위는 용납될 수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과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은 진시황이나 홍무제를 롤 모델로 삼았는지 모른다. 정권강화와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아래 수없이 많은 반인권, 반민주적 압제를 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독재자형 집권자들은 쿠데타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찬탈하거나 연장하고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권과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특징을 보였다.

기득권, 지배계층, 친정부기업의 집중적인 육성을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도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특혜와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언론을 탄압해 국민을 우민화하는 것도 동일한 수법이었다.

불행하게도 이명박 정권은 잘못된 전철을 대부분 밟았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상실되고 국민들의 허리띠만 더 졸라매는 결과를 낳았다. 독재자의 통치방식을 따랐으나 그나마 독재자들이 내세우는 치적도 없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런 마당에 친형인 이상득, 언론탄압 주역 최시중, 권력남용 신재민, 세중나모 천신일 회장 등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사면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느냐도 논란이 되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안도 시끄러운 형국이다.

이명박 정권은 5년 내내 참여정부와 투쟁을 했다고 할 만큼 전직 노무현 대통령에게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대중성, 시대정신, 진실성, 지역주의 정치혁신, 지방분권추진,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 친 서민정책, 깨끗한 정부 구현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를 옥죄어 죽음으로 내몰았고 임기 내내 반 노무현 정책을 밀어 부쳤다. 심지어 박근혜 당선인도 친노 심판을 선거기간 내내 주장하며 당선됐다.

독재자형 권력자들은 양심적 반대자들을 정적으로 생각했고 정적의 척결만이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정권 연장의 핵심으로 보았다. 여기에 언론까지 재갈을 물리면 우민화가 이뤄져 금상첨화였다.

이런 독재자형 집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사면권을 내세워 온갖 지탄을 받고 있는 범법자들을 사면한다면 역사에 또다시 오점을 남기고, 후진국형 사면이라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해 서민을 옥죄는 정책들도 근본적인 문제부터 바로 잡아야지 서민들 호주머니 터는 방식은 어린애도 할 수 있는 너무나 안일한 방법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독재자형 집권자인 이명박 정권과 독재자인 아버지 박정희 정권의 어두운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 다시 전철을 밟는다면 당선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국민들에게도 불행이다. 안타깝게도 노무현 대통령과 반대되는 정책만 편 이명박 대통령을 바라보며, 박근혜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반대로만 정책을 편다면 국태민안이 좀 더 가까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 지독한 아이러니 때문에 씁쓸하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과 서민들에게 일모도원은 어떤 느낌과 상념으로 다가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