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모든 개는 소리만 듣고 짓는다. 한사람이 빈 말을 전하면 많은 사람은 사실로 전한다.」「잠부론」’현난편’

왕부는 후한 사람으로, 출세 만능주의적 당시의 사회에 염증을 느껴, 벼슬을 단념하고 고 향으로 내려가 「잠부론」을 지었다.

당시 사회의 문벌정치에 대한 비판과, 권력을 천자에게 집중시켜 무능한 자를 내치고 덕이 높은 사람을 등용해야 함을 역설했다.

“천하가 잘 다스려지지 않는 까닭은 현란賢難에 있다. 현란이란 어진 사람이 되기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진 사람을 얻기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다.

어진 사람의 말과 행동이 속된 사람의 질투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바른말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예를 들어 설명하는 한편, 천자가 속된 말에 이끌리지 말고 어진 사람을 지혜롭게 가려내야 한다”고 말하면서 위의 속담을 인용하였다.

왕부는 비록 벼슬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대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인물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도료장군 황보규가 나이 들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인 안정에 돌아왔을때, 마침 고향 사람으로, 안문 태수라는 벼슬을 돈을 주고 샀던자 역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어느날 황보규에게 인사차 찾아 왔는데, 침대에 누운채 예를 갖추지 않고, 그의 행적을 비꼬기만 했다.

 이런 때에 왕부가 찾아왔다는 전갈이 왔다. 그러자 황보규는 황급히 일어나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이를 일러 말하기를

“2천석을 묵살하기를 한 봉액만도 못하게 여겼다”고 했는데, 2천석은 태수의 봉녹 2천석을 뜻하고, 봉액은 선비들이 입는 옷의 이름으로 곧 선비를 뜻한다. 이는 선비에 불과한 왕부가 태수를 지낸사람보다 더 지극한 대접을 받음을 이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