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박근혜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51.6%가 아니라 그를 반대한 48.0%에 속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정치권 밖 진보진영의 대표적 인사로 대선 기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공식선언했던 조 교수는 “박 대통령이 선거 기간 스스로 이야기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임기 내에 이루지 못한다면 나라 전체가 5년 뒤 또다시 ‘좌빨’이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들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2001년 서울 법대 교수로 임용된 후 2012년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상임대표다.

조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보수적 개혁을 강화해 복지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진보진영의 집권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댓돌론’에 비유해 풀이했다. 박 대통령의 보수적 복지 개혁을 댓돌 삼아 진보진영은 거기에 플러스알파를 더해 박 대통령이 하지 못하는 진보적 복지개혁을 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논지다.

그는 “진보진영의 집권은 정부의 꼬투리를 잡고 망하기를 기다리는데서 오는 게 아니라 여러 작은 에피소드와 업적을 통해 진보진영의 능력과 실력이 대중에게 각인될 때 찾아온다“며 ”한 번에 한 칸식 올라가는 것이지 두세 칸을 비약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 개혁을 취임 후 2년 내지 2년 반 안에 해내려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최근 인사 문제가 초반부터 신뢰를 깨고 있다”라며 “박 대통령은 이를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신상 털기식 인사청문회는 문제가 있다“라고 한 발언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는 지적도 했다.

특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자기 주도로 숱한 승리의 경험을 맛본 박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보다 오만에 빠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까지는 당파적으로 움직여도 되지만 당선 후에는 5%의 대통령이 아니라 100%의 대통령이 돼야한다”며 “대통령은 98%를 챙겨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관리와 협상의 대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새 정부의 또 다른 임무”라며 “박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대선 때문에 연기한 ‘묵언안거( 默言安居) 에 들어가 SNS 활동 및 언론노출 일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박 대통령은 틀림없이 마키아벨리(이탈리아의 정치가·권모술수주의)의 ‘군주론’이나 ‘정관정요’에 나오는 통치론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비자(韓非子)가 군주에게 악이 되는 여덟가지 장애로 열거한 팔간(八姦)을 들여다보고 ‘충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당선 전과 당선 후의 박 대통령에게 올바른 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팔간이란 군주가 경계해야 할 여덟가지의 요인을 말한다. 그 내용은 1.동상(同床) ‘잠자리를 함께 하는 자’ 즉 가족과 친인척 2.재방(在房) 군주의 마음을 잘 읽고 처신하는 측근 3.부형(父兄) 군주가 그 동안 아버지나 형처럼 모시고 따랐던 사람 4.양앙(養殃) 군주의 사적인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 5.민맹(民萌) 공직에 있으면서 세력을 키우려는 자 6.유행(流行) 유창한 말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사람 7.위강(流行) 금주의 위세를 빌려 파당을 짓고 이익을 추구하는 자 8.사방(使方) 주변 강대국의 위세를 빌려 군주를 이끌라고 하는 자 등을 말한다.

박 대통령은 정권 창출에 누구보다 애를 썼지만 이제는 목숨 걸고,자리욕심 없이 직언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나서야 하는데 눈치만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을 옹위하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를 망치고 대한민국을 망친다. 당선 전에는 진보진영이 단일화 과정에서 잠시 내려놓은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깃발을 낚아채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진보가 제기한 시대정신을 받은 것이다. 그 시대정신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시민과 대중의 요구 아닌가.

이로써 적어도 담론의 차원에서 우리나라 전체가 진보화됐다. 그러나 당선후에는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헤어스타일도 당선 전과 후에 달라져야하기 때문에 머리 모양도 바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