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사업이 다르잖아! 그렇지?”
 “다 같아요. 같은데 왜 다르다고 해요?”
“분명 다르잖아. 너도 알잖아? 너도 인정하잖아.”
 “………”
 “너도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이 아니잖아. 그렇지?”
 “왜 어렵게 생각해요? 그냥 하면 되지?”

분명히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아는 것 같은데, 말꼬리를 잡으며 다른 이야기만 해 댄다. 충분히 이해한 것 같은데, 자꾸 회피하며 변명만 늘어놓는다. 정말 그 순간은 화가 나고 답답했다. 아마도 예전의 나 같았으면 벌써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화를 내지는 않았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나 자신도 그 대화 상대처럼 남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논어』에 불이과(不貳過)란 말이 있다. 두 번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흔히 한번 한 실수는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되는 문구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한 번 실수한 것은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배움에 있어서 중요하고 좋은 자세이긴 하나 너무도 뻔한 이야기에, 실제로는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공자가 단순히 이런 교훈적인 말을 많이 해서 성인이라 칭송되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공자는 한번 한 실수는 다시는 안 한 것일까?

논어』 전체를 읽어보면 이 의미가 단순히 실수의 반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불이과라는 과오의 이중성은 “잘못이 있음에도 고치지 않는 것을 바로 잘못이라 한다. 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 (위령공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잘못의 반복의 유무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통한 나의 변화, 개선에 집중한 말이다. <학이편>에서도 이와 같은 말이 나온다. “잘못이 있다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라. 過則勿憚改” 윗말들을 뒤집어서 과장되게 이야기 하면 잘못이 있더라도 이것을 고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말도 된다.

특히, <고쳐라>가 아니라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라>라고 말한 것은 과오 극복의 진정한 의미는 과오 극복의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오를 대하는 태도나 과정에 있음을 공자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자장편>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소인은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꾸민다. 子夏曰 小人之過也 必文”

무심코 읽던 이 문구가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예전에 가장 친한 친구와의 논쟁이후이다. 한 15년 전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중요한 사안에 대해 토론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가장 친한 친구와 의견이 달라 심한 논쟁이 붙었던 적이 있었다. 1시간 이상의 논쟁 끝에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었고 결국 그 친구는 더 이상 말을 이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넌 친구도 아냐”라며 화를 내고 나가 버렸다. 참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던 경험이었다. 그 날 이후 가장 친한 친구와 사이가 어색해지고 말도 안하게 되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참 힘든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 친구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 역시 과거에 지지 않으려고만 했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잘못을 알았을 때는 인정하고 고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되었다. 지금도 잘 되고 있는가 고민이긴 하지만 항상 마음속에 있는 작은 생각이다.

잘못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공자도 수신(修身-몸을 닦는 일)의 의미로서 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정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풍토가 정말 부족하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고치려는 데까지 나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그러니 진정한 대화가 없고 진정성 있는 만남이 없는 것이다. 솔직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기 보다는 꾸밈과 눈치, 대결만이 남는다.

누구나 잘못이나 실수는 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즉시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다. 그래야 발전이 있고 변화가 있고 성장을 한다. 『논어』<공야장편>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다 되었나 보다. 나는 능히 자신의 허물을 보아 속으로 스스로와 씨름할 수 있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 子曰 已矣乎 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 

거울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