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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갈등

황만길 지역진흥원장

국제마음수련원 건립 예산 때문에 익산시가 조용할 날이 없다. 종교간 대립으로 인한 문제라서 웬만하면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종교가 타락했다고 국민들이 여기는 마당이고, 객관성을 결여한 채 기독교 대 원불교, 반대 측과 찬성 측의 논리만 존재해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기독교계가 국제마음수련원 건립을 반대한 것은 일부 타당한 논리가 있다 하더라도 시민들과 원불교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국제마음수련원은 원불교 측이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지역에 국·도비를 가져오고 일정하게 테마관광과 함께 힐링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익산에 필요한 시설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방식도 세련되지 못했다. 익산시에 압력을 행사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종교간 갈등을 확대·심화시킨 것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에 익산시가 안고 있는 종교간 갈등 해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익산시 재정이 열악한데 특정 종교시설에 지원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나 원불교 돈으로 지으라는 것도 타당성을 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제마음수련원 건립을 무산시킨 책임은 고스란히 기독교계가 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종교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불교계도 반성할 점이 많다. 우선 시의회의 예산 부결에 대해 기독교계 시의원들의 반대가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하면서 결과적으로 의회와 의원들을 곤란하게 만든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독립기관인 의회와 의원들의 의사결정을 폄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이 선택한 대의기구인 의회와 의원들의 결정은 존중 받아야 한다.

또한 원불교계의 사업 내용과 방식도 이번 기회를 통해 변화해야 한다. 오늘날 종교가 비판받는 것은 종교의 사명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물질주의, 성장제일주의, 배타주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비판은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했음에도 기독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는 물질주의, 성장제일주의, 배타주의 때문에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넘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기독교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원불교 역시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원불교는 나랏돈과 국민세금으로 교세를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소박하고 겸손하던 모습이 주류 종교에 편입되면서 특권을 누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독교는 성도들의 헌금으로 교회도 짓고 외형적 성장을 지향해 왔다.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금에 의존하는 종교도 비판받아야 한다. 세금으로 하는 일은 가급적 종교가 하지 말아야 한다. 세금으로 하는 일은 종교가 아니어도 시민사회를 비롯해 많은 양심적 집단들이 할 수 있다. 세금으로 하는 사회복지 역시 종교가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종교가 아니어도 세금으로 하는 사회복지는 비종교기관이 훨씬 체계적으로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원불교도 세금으로 하는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교세로 보나 그동안의 급성장으로 보나 그것이 옳은 일이다.

4대 종단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다. 원불교의 성장의 과정을 돌아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차라리 원불교는 국제마음수련원 건립에서 손을 떼고 마음수련회와 같은 종교색이 없고 특성화된 조직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건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마음수련원은 건립하되 마음수련회가 추진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익산에서 종교간 갈등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그게 해법이 아닐까 한다.

이쯤 되면 감히 종교를 비판해 하면서 기독교계나 원불교 측으로부터 싸잡아 비난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묻고 싶다. 종교는 성역인가? 종교가 성역일 때 그 종교가 온전했는가?

기독교계가 비판받는 길을 원불교가 걸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의 물질주의, 성장제일주의, 배타주의 병폐를 잘 알고 있는 원불교가 왜 외형적 성장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들어야 하는가?

이제 마음수련의 참 의미인 비우고,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국가세금에 의존하는 사업이나 사회복지는 과감히 접고 종교의 본질적 의미와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 종교가 국민과 시민의 근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마음수련원 건립을 계속 추진하고,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와 시의회가 적극 나서 마음수련회와 같은 제3의 기관이나 조직이 중립 지대에서 추진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