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농서 땅에 신도탁辛道度이라는 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학문이 뛰어난 스승을 찾아가던 길에, 옹주翁州를 몇 리 앞두고 날이 저물어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하룻밤 묵을 만한 곳을 찾다가 큰 기와집을 발견하고는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푸른 옷을 입은 한 여자가 나왔고, 신도탁이 사정 이야기를 하자 주인 여자에게 물어보고 나오더니 집안으로 안내했다. 신도탁이 밥상을 물리자 주인 여자가 들어와 말했다.

“저는 진秦 나라 민왕의 딸로 조曹 나라로 시집갔다가 남편과 사별하고 23년 동안 혼자 살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찾아 오셨으니 저와 부부의 연을 맺어 주십시오.”

신도탁은 처음에는 신분상의 차이를 들어 완강하게 거절하였으나, 그 여자의 간곡한 청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흘이 지난 다음날 아침에 그 여자는 어두운 표정을 하고 신도탁에게 말했다.

“당신은 사람이고 저는 귀신입니다. 함께 더 있고 싶지만 사흘 밤 이상은 불가합니다. 더 함께 있으면 재앙이 있게 됩니다. 헤어지면서 제 마음을 보여 드릴 수 없는 것이 슬픕니다. 정표로 이 걸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금 베개를 하나 주고는 작별 인사를 하였다. 신도탁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며 방문을 나섰고, 처음 만났던 푸른 옷을 입은 여자가 배웅을 했다. 신도탁은 대문을 나선 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큰 기와집은 온데간데없고 허허벌판에 무덤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놀란 신도탁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한참을 내달리다 진나라에 도착한 신도탁은 먹을 것을 사기 위해 금 베개를 팔려고 했다.

때마침 그 시장을 지나던 진나라 왕비가 금 베개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신도탁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추궁했다. 신도탁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지만, 왕비는 믿지 못해 공주의 무덤을 파 보도록 했다. 무덤을 파고 관을 열어보니 다른 부장품은 있는데 금베개만 없어졌고, 시체를 조사해보니 부부의 정을 나눈 흔적이 역력했다. 모든 사실을 확인한 왕비는 신도탁이야말로 진정 내 사위라며 부마도위駙馬都尉로 임명하고 많은 보물을 주었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임금의 사위를 부마라고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