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시민단체활동을 하다보면 힘(세력)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많다. 무슨 말을 하면 상대편이 들어주고, 원하는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힘(세력)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은 다른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자기 집단을 강화시키고 확대시키는데 누구나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희망연대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바로 여기에 상당한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누구나가 세력 키우는 것만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활동을 하느냐, 무엇을 추구하느냐, 의도는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그 단체가 힘이 있는가 없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다보니 세력 확장과 힘의 강화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모든 활동을 힘의 확대에 맞추는 것이다. 이 사업을 하면 우리세력이 세질까? 우리 세력에 도움되나? 우리 세력이 확대되나? 어차피 모든 것이 세력싸움 아냐?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어떤 모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익산의 시민사회단체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논의된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분이 “시민단체가 힘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약한 것 같아요”하셨다. 나는 그 분의 의도가 무엇인지 안다. 단순히 세력 확장을 해야 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시민단체가 힘이 있어야 시민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사실 곰곰이 들여다 보면 그 안에는 자신도 모르게 시민운동도 세력싸움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시민운동도 세력싸움이며 아니 사회의 거의 대부분이 세력싸움 아니냐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세력, 중요하다. 세력이 없다면 일을 성사해 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활동의 중요 부분이기는 하지만 모든 활동의 핵심은 아니다. 우리가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은 힘을 내세우고 힘을 키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직이나 단체 활동을 통해 나의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없기에 그리고 사회 활동을 통해서만 성장하기에 단체활동, 조직활동, 협동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다 더 본질적이다. 시민단체활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속에서의 나의 역할을 자각하고 더욱 사회적인 사람으로 변화하고 보다 주체적인 개인으로 나아가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활동이 바로 시민단체활동의 본질이다. 그 과정에 힘도 필요하고 세력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면에서 이를 역전시키고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세력만 생각하는 정치권을 욕한다.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인들을 비판한다.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인데 자신과 자신 조직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우리는 정말 쉽게 보게 되고 이것이 정치혐오증을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바꾸고자 했다. 그러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왜냐면, 우리 스스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바꾸고자 했기 때문이다. 세력을 모아 바꾸고자 했기 때문이다. 흐름이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세력싸움으로 승부를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조직이나 세력에 대한 입장을 바로 하지 못하면 자기 소속 집단에 얽매여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에 자신도 모르게 더 치중하게 되고 그 입장에서 모든 일을 하게 된다. 집단적 편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집단적 편향은 외부적 비판에 직면하지 않고서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쉽게 변화하지 못하고 계속 바르지 않은 길을 선택하게 된다. 안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항상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돌아보고 돌아볼 줄 알아야 잘못을 보게 된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子曰 人之過也 各於其黨 觀過 斯知仁矣 (里仁편)”
사람의 잘못이란 각자 자기 집단에 치우치는 것이다.
이 잘못을 보는 것이 곧 어짊을 아는 것이다.

집단과 잘못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치우쳐 져 있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 생각이 아니라 집단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의로움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실은 단순히 더 큰 욕망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