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나는 정치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작은 도구라도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선거에 출마하였으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낙선 이후 나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특히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후에는 정말 힘들었다. 과연 “정치인이 되고자하는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꿈은 정당한 것일까?” 나는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 때 한줄기 빛처럼 윌리엄 윌버포스가 나에게로 왔다. 모든 것을 가지고도, 모든 것을 버렸던 사람! 야만의 나라 영국을 개혁하기 위해 노예 폐지 운동을 50여 년 동안 전개하여 마침내 꿈을 이룬 윌리엄 윌버포스를 만난 것은 나에겐 은총이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오늘의 현실에서 내가 만난 윌버포스의 생애를 다시 더듬어 보고, 오늘에 주는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일은 큰 기쁨이고 유익이다.

◎ 영국 하원이  윌버포스의  일터가 되다

윌버포스는 영국의 헐이라는 항구도시에서 무역상의 가문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체구가 작고 허약한 체질이었지만 밝은 성격을 소유하여 항상 생기가 넘쳤고, 특히 목소리가 아름다웠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는 세속적 향락에 깊이 물들었다. 당시 귀족들이 즐기던 무도회와 사치 생활이 몸에 배게 되었다.

무질서한 삶속에서도 상속 받은 엄청난 재산을 기반으로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정치에 뛰어들어 1780년 21살에 고향 헐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다.

21살에 하원의원이 된 돈 많은 윌버포스는 부러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인생이었다. 사교적이고 쾌활한 성격의 그는 더 큰 선거구인 요크셔에서 자력으로 당선됨으로써 정치적으로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24살의 어느 날 친구를 통해 깊은 종교적 회심을 경험한 후 기독교에 심취한다. 회심 이후 윌버포스는 그 동안의 삶을 청산하고자 도박, 춤 등을 끊었고 사교계 클럽도 모두 탈퇴한다.

아침 일찍 묵상과 자기 성찰로 하루를 시작하며 경건한 삶을 살고자 다짐한다. 그는 의원직을 사퇴하고 목사가 되고자 존 뉴턴 목사를 찾아간다. 노예선 선장 출신인 존 뉴턴 목사는 젊은 윌버포스에게 “영국 하원이 당신의 일터다”라고 말하며, 하원에서 조국을 위해 일할 것을 조언한다. 그 후 윌버포스는 ‘나의 사명이 무엇일까?’ 를 놓고 늘 생각하다가 마침내 1787년 10월 28일, 그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나에게는 두 가지 큰 목표가 있다. 하나는 노예무역을 금지하는 것이고, 하나는 영국의 잘못된 관습을 개혁하는 것이다.”

◎ 18세기 영국의 사회상

윌버포스가 태어나고 활동했던 18세기 영국은 야만의 국가였다. 세계 최고의 해군력과 상선으로 아프리카 흑인들을 잡아다가 북미 대륙에 실어다주는 미국-영국-아프리카의 3각 노예무역이 활성화되었다. 항해 중 25%가 사망할 정도의 열악하고 살인적 환경의 노예 수송을 국가적으로 자행하였다. 그 당시 영국은 국가 수입의 1/3 이상을 노예무역에서 창출했고, 150여 년 동안 약 200만 명이 넘는 노예를 수송하였다.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노예무역은 왕족, 귀족, 상인, 식민지 기득권 세력 등 모든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소위 기독교 국가(성공회)였던 영국은 이렇게 번 돈으로 완전히 타락하고 부패하였다. 성적으로 타락하고 도박과 술에 쪄들어 있었으며, 노동자들은 살인적 환경에서 신음하였다.

◎ 노예제도 폐지와 관습개혁을 위한 여정

국부의 1/3을 창출하는 노예무역을 금지하고 노예제도를 폐지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영국 전체를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었다. 노예무역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은 어느 누구도 고위직에 올라갈 기회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서, 영국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컸던 윌버포스는 세상적인 명예대신 시대적 소명을 선택했다.

당시의 기득권 세력들은 윌버포스를 제거하기 위해 온갖 중상모략과 악의 찬 비방을 하였고, 두 번이나 암살 위기를 넘겼다.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윌버포스는 1789년 5월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하원에 상정하였다. 그 후 계속하여 법안 상장의 투쟁을 한 결과 1807년 영국에서 노예무역은 법적으로 폐지되었다. 이후에도 영국에서 실제적으로 노예가 해방되도록 노력하다가 1833년 노예제도 반대 청원서 상정을 위한 연설을 마지막으로 한다.

마지막 연설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투병생활을 하다가 영국의회가 모든 노예를 1년 안에 해방시키라는 법령을 발표 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1833년 8월 6일 생을 마감한다. 그가 이루어낸 노예 해방은 이후에 미국의 링컨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윌리엄 윌버포스는 노예제도 폐지와 더불어 2번째 사명인 영국사회의 타락한 관습을 개혁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복권시스템을 20년 만에 폐지시켰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상 진료 병원을 설립하고, 과다한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어린이 보호법을 통과시켰고, 학교를 활성화시켜 문맹퇴치에 앞장섰다. 또는 야만적 형벌체계도 대폭 개선하고, 상류사회 남자들의 결투제도도 폐지하고, 가난한 사람들도 합리적 재판을 받게 했으며 사치만을 일삼던 귀부인들을 사회봉사에 힘쓰게 했다.

◎ 윌버포스는 어떻게 개혁에 성공했을까?

첫째로 윌버포스는 영성 있는 경건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회심한 이후 매일 아침 2시간씩 기도하며 자기 내면과 늘 대화하고 자신을 성찰했던 사람이다. 그가 인간 본성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온갖 욕구와 나태함, 나약함, 두려움을 극복하고 정직하게 한 길을 갈 수 있었던 힘은 경건한 아침시간에서 나왔다.

둘째로 그는 결코 혼자 일하지 않았다. 윌버포스는 클래펌이란 동네에서 공동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작은 마을에 정치인, CEO, 군인, 언론인, 금융가 등이 함께 어울어져 친밀하게 살았다.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또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영국을 개혁하고자 하는 한 마음을 가졌다. 클래펌 사람들은 윌버포스의 친구이고 후견인이며 동지였다.

그들은 수입의 1/5에서 심지어 4/5까지도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바치곤 했다. 약 1조원에 달하는 유산을 상속 받았던 윌버포스는 자신의 재산을 영국을 개혁하고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는데 다 사용하고 말년에는 거처할 집이 없어 아들들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운 사람

나는 참다운 정치인은 “반은 성직자이고 반은 장사꾼 같은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정치인에게는 성직자 같은 높은 도덕성과 순결성이 요구 되면서 동시에 상인의 뛰어난 현실 감각이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성경이 말하는 “비둘기 같이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운 사람”과 같은 맥락 이다.

그런 점에서 윌버포스는 정치인의 전형이다. 역사가 부여한 소명 앞에서 순결하고자 했던 사람,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공의로운 비전에 자신의 삶을 헌신했던 사람이다. 동시에 현실의 장벽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들을 넘어갈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줄 알았고, 일에 우선순위는 물론 완급과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았던 지혜로운 사람이다.

아! 선진국의 문 앞에서 길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성적타락과 물신주의와 이기주의의 끝을 보이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디자인할 참다운 정치인은 없는 것인가?

지역주의에 기반한 천박한 정치구도를 깨뜨리고, 공평과 정의의 반석위에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세계 만민이 진정으로 존경하는 통일한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전폭적으로 헌신할 한국의 윌버포스는 불가능한가?

나는  속히  한국의 윌리엄 윌버포스들이 출현하길 소망한다. 그들을 통해 이 땅이 새로워지고, 세계에 모범이 되는 코리아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