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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진보로 가는 길

황만길 지역진흥원장

나는 진보다. 50평생을 살며 단 한 차례도 보수로 살아보지 않은 뼛속까지 진보다. 하지만 같은 진보라고 하는 조직이나 사람들로부터 무수한 공격도 받았다.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노동당 세력으로부터 철저하게 탄압을 받고 나쁜 사람으로 내몰렸다. 변함없는 진보였고 양심에 따라 살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나는 보수보다 오히려 진보로부터 수없이 많은 질시와 질투, 왜곡된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나는 진보가 유연해야 하고 합리적이며 인간의 자유주의적 가치와 자유로운 생각에 대해 관대하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민주노동당은 통합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같은 진보를 원수처럼 미워했던 민주노동당과 그 후신인 통합진보당은 지금 위기에 내몰려 있다. 국민들은 그들의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고 있다. 여론은 싸늘할 뿐이다. 지지율은 미미하기 짝이 없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같은 진보라해도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으면 무조건 적으로 규정한 결과가 오늘의 현실을 낳았다. 또한 현실의 과제를 국민의 눈에서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자신들만 옳다는 자만과 뒤떨어진 현실 인식도 한 몫 했다. 이런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통합진보당은 빨갱이 집단이라는 극우 보수 세력의 허위 날조된 거짓 주장이 사실처럼 회자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내란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가하면 전방위로 통합진보당을 압박하고 있다. 불법 대선개입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세력이 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을 내란죄라는 죄목으로 옥죄고 있는 것이다. 국기문란행위를 해 비판받는 국가정보원이 내란죄를 꺼내든 것이 아이러니다.

통합진보당은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혐의 수사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선불법개입으로 국가정보원 해체 요구가 높자 국면전환, 물타기, 역공격으로 공안정국을 만들어 위기를 탈출하려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과 지적도 많다. 나도 국가정보원이 그런 의도를 갖고 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을 탄압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이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실 좌파 구성원 몇 명이 대한민국과 같이 국방과 치안이 강력한 국가에서 국가기간 시설을 파괴한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도 어렵다. 공기총 한 자루를 소지해도 경찰서에 신고하고 영치하는 사회인데 총기를 들고 국가기간 시설파괴, 내란이 가능한 것인가? 설사 그런 발언이나 있었다면 시대착오적인 고립 세력에 불과해 내란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섣부른 판단이지만 이 사건 역시 결론은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박정희와 유신헌법이 사라질 때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어야 할 국가보안법과 내란음모죄의 무리한 적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통합진보당이다. 그들은 억울할 것이다. 힘이 없어 한탄스러울 것이다. 이 시대에 현역 국회의원을 내란음모혐의로 압수수색하고 구속 영장을 청구하니 어처구니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왜 이지경이 되었는가? 왜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을 떠났는가? 왜 통합진보당이나 이석기 의원의 말보다 청와대나 국가정보원의 믿기 어려운 말에 현혹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같은 진보를 공격하고 국민들과 유리된 채 자신들만 옳다는 그들만의 진보를 자처한 때문은 아닌가?

진보라고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올바르고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 진보라고 하지 않지만 통합진보당원보다 훨씬 진보적인 사람도 많다. 변화하는 진보, 양심적 진보, 자유주의적 진보를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진보가 아니라고 했던 통합진보당의 오류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위기를 통합진보당은 반드시 헤쳐나갈 것이고, 나도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국 국가정보원이 잠시 이기는 것 같지만 종국에는 통합진보당이 승리할 것으로 나는 전망한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상처뿐인 승리를 얻을 것이고 그 결과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거나,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그 동안은 혹독한 겨울일 게다. 그 뒤로 국민과 함께하는 진보, 가슴이 따뜻한 진보, 같은 진보를 가짜라며 버리지 않는 진보, 양심과 법과 원칙을 지키며 시대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현명한 진보로 거듭나길 바란다. 국가정보원도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길이 사는 길이고 그 길 만이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